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2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8·2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3일 국민의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지 22일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아 국민의당이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한다”며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의당 창업주’인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총선 직후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대표직을 사퇴한 뒤 1년2개월 만에 다시 당권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해 자숙하고 고뇌했다”며 “패배의 근본적인 책임은 제게 있다.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고 혁신하는 정당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정치적 그릇을 크게 하고 같이하는 정치 세력을 두텁게 하겠다”며 정계 개편이나 정치적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의 생각에 동의하는 정당과 정기국회 과정에서 우리 뜻을 설득하고 관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안 전 대표는 앞서 원외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출마 요구가 커지자 당내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2일에는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만나 ‘선거에 나가는 이유와 우려되는 점’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지만 안 전 대표는 출마에 무게를 두고 고심했다. 호남계 중진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자신의 당내 기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3위로 밀린 데 이어 제보 조작 사건으로 타격을 받고 장기간 칩거할 경우 재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12명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대선 패배와 증거 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출마는 정당정치에서 책임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가동 중인 대선평가위원회와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증거 조작 사건이 터지자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주장한 이찬열 의원도 출마 반대 성명에 동참했다.

호남 중진 일각에선 탈당 움직임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동교동계 인사들도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면 즉시 집단 탈당도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도 막판까지 불출마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출마로 오는 27일 열릴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친안(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와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정동영계 의원들의 탈당설도 불거졌지만, 정 의원 측은 부인했다. 천 전 대표 역시 “완주 그 이상(당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