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대출' 옥죈다지만…판교·분당에 대출 있어도 강남4區 대출 가능
8·2 부동산 대책 이튿날인 3일 주요 시중은행 창구는 혼란스러웠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대출한도를 문의하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다.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LTV와 DTI 한도를 40%로 조이기로 했지만 창구지도를 통해 은행들에 사실상 이날부터 강화된 대출규제를 시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당분간은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의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좋다”며 “불가피하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 대출규제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새 LTV·DTI 규제는 모든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나.

“기본적으로 주택 구입용 신규 대출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목적의 주택담보대출도 규제할 예정이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속하더라도 질병 치료나 사업자금 마련 등 불가피한 경우엔 LTV·DTI를 40%가 아니라 50%로 완화해줄 계획이다.”

▷투기지역 내 신규 대출을 1인당 한 건으로 제한했는데 기존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도 신규 대출에 해당하나.

“그렇다. 다만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강화된 LTV·DTI 한도보다 적을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번 대책은 신규 대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에 투기지역에서 두 건 이상 대출을 받았더라도 영향이 없다. 대신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다.”

▷투기지역에선 추가 대출을 전혀 못 받나.

“투기지역 집 담보 대출이 있으면 해당 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기존 대출의 담보 주택이 판교 분당 등 비(非)투기지역이라면 투기지역 내 집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대신 LTV·DTI 한도는 30%로 제한된다. 또 1주택자가 투기지역 내 기존 주택을 팔고 투기지역으로 이사를 갈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두 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대출 한도는 30%가 아니라 40%가 적용된다.”

▷아파트 집단대출도 규제받나.

“그렇다. 다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집단대출에 대한 LTV·DTI 규제는 3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또 이주비·중도금 대출의 LTV는 40%로 낮아지지만 DTI 규제는 강화되지 않는다. 잔금대출에는 LTV는 물론 DTI도 40%로 낮아진다. 통상 집값의 60%가 중도금인 걸 감안하면 나머지 20%는 입주자가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도금 대출부터 40%의 LTV를 꽉 채웠다면 잔금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대출규제에 예외는 없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이더라도 서민층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를 적용한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기본적으로 LTV, DTI가 각각 40%로 강화된다. 하지만 서민·실수요자에 한해 LTV, DTI 한도를 10%포인트씩 완화한 50%로 적용한다. 서민·실수요자 요건은 무자택자이면서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6억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다.”

▷부부 합산 연소득 산정 기준은.

“부부 합산 연소득은 원천징수영수증의 세전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DTI 한도를 계산할 때 소득은 직장인의 경우 원천징수영수증의 세전소득을 기준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인정소득(카드 사용료, 건강보험료 등)을 반영해준다. LTV를 산정할 때는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의 LTV·DTI 한도도 줄어드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집을 살 때 신청하는 적격대출에 대해선 개정 감독규정 시행 이전인 3일부터 대출한도 규제가 즉각 시행된다. 서민·실수요자가 아닌 개인이 적격대출을 신청하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LTV, DTI 각각 40%를 적용받는다.”

▷새 규제가 적용되는 시점은.

“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최소 2주일가량이 걸린다. 바뀐 LTV·DTI 한도는 감독규정 개정 이후 신청한 대출의 승인시점부터 적용된다. 만약 8월20일 개정 감독규정이 시행되면 그날 이후 대출승인분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투기지역은 사실상 이날부터 LTV·DTI 한도가 40%로 낮아진다.”

정지은/이현일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