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자외선 차단능력, 성인의 25% 수준… 선글라스·모자로 eye 지켜요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다나 계곡 등으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야외활동이 늘면 자외선에 피부, 눈 등이 노출되는 시간도 늘어난다. 자외선은 피부가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긴 시간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눈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안구 노화가 빨라져 황반변성, 백내장 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여름철 자외선 노출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아봤다.

에너지 강한 전자기파

태양은 다양한 파장을 가진 빛 에너지를 방출한다. 자외선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파란색이나 보라색 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전자기파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자외선이 지구에 닿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오존층이 얇아지면서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복사량이 증가하고 있다.

자외선은 햇볕에 널어놓은 빨래를 표백하거나 살균하는 등 생활에 이로운 작용도 한다. 하지만 인체가 오랫동안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인체의 단백질 구성 등이 바뀌어 피부 노화, 피부암 등이 생길 수 있다. 백내장, 황반변성 등 눈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에는 이 같은 자외선을 막는 방어장벽이 있다. 수정체가 자외선 차단 필터 역할을 한다. 360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장을 가지는 자외선 A를 차단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투명해야 할 수정체가 점점 혼탁해진다. 자외선은 수정체 단백질에 영향을 준다. 수정체가 더 빠르게 혼탁해져 백내장 발병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백내장 환자의 20%가 자외선 때문에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빛이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뿌옇게 바뀌고 눈이 피로해진다. 이를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백내장은 흔히 노인성 안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최근 40~50대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위험인자인 자외선 노출을 피해야 한다. 자외선 노출은 황반변성에도 영향을 준다. 몸에 좋지 않은 활성산소가 늘어 노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아이 자외선 차단능력, 성인의 25% 수준… 선글라스·모자로 eye 지켜요
아이들도 안경이나 선글라스 착용 필요

자외선이 눈에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글라스와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선글라스 렌즈 농도가 너무 짙으면 동공이 확장돼 자외선 노출이 늘어날 수 있다. 렌즈 색상의 농도는 80% 정도가 적당하다. 선글라스 렌즈를 덮은 UV 코팅은 얇고 투명한 막이다. 한여름에 뜨거운 자동차 안에 놔두면 10~20분 안에 균열이 생긴다. 충격을 받으면 벗겨지기도 한다. 밝은 조명에 선글라스를 비춰봤을 때 렌즈에 금이 가거나 파손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교체해야 한다. 하루 2시간씩 자외선에 노출된 선글라스는 2년 정도 지나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손상된다.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보관도 중요하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이나 뜨거운 자동차 안에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이들도 자외선 차단에 신경 써야 한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수정체 기능은 나이가 어릴수록 약하다. 신생아는 자외선 투과율이 20%에 이른다. 성인이 되면 1%로 감소하고 60세가 되면 0.1%의 자외선만 투과시킨다. 13세 아이의 수정체는 자외선 차단 능력이 63세 성인의 4분의 1 수준이다.

망막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활성산소가 생긴다. 자외선 노출 총량이 늘면 황반변성 위험도 커진다. 일반적으로 20세 이전에 평생 노출되는 자외선의 38%를 쬔다고 한다. 노년기의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어려서부터 적극적으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종류에 상관없이 눈에 해로운 자외선 B와 자외선 A를 99.5% 차단한다.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된 안경과 선글라스가 눈을 잘 보호하겠지만 반드시 비싼 안경과 선글라스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

장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여름에는 아이들에게도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하고 챙이 달린 모자를 씌워주는 것이 좋다”며 “이를 통해 주변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해 눈을 보호하고 아이의 얼굴이 까맣게 타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변서 일광화상 입기도

피부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일광화상이 생기기 쉽다. 햇볕에 피부가 손상돼 붉고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외선에 직접 노출될 때만 일광화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면이나 모래에 반사되는 자외선으로도 일광화상이 생길 수 있다. 도심 콘크리트 자외선 반사율은 5~10% 정도다. 바닷가 모래사장의 반사율은 15~20%로 이보다 높다. 바다 수면의 반사율은 최대 100%까지 치솟는다. 바닷가 등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일광화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세포에 흡수돼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 등 염증물질 분비를 자극한다. 이로 인해 염증세포가 혈관에서 피부조직으로 이동해 화상 증상이 생긴다. 햇볕에 노출된 지 4~6시간 뒤 발생해 12~24시간 안에 증상이 가장 심해진다. 증상은 대개 1주일 이상 지속된다. 초기에는 화상 입은 부위 피부가 붉어지며 따갑거나 가려운 증상이 시작된다. 이후 피부가 부풀어 오르며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심하면 물집이 생기거나 오한, 발열 등 전신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는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 필수

일광화상을 막기 위해서는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야 한다. 자외선차단제는 외출 20~30분 전에 발라야 한다. 어떤 활동을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할 것인지 예측해 그에 맞는 차단제를 선택해야 한다. 야외활동이 길어질 때는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 긴소매 옷 등을 활용해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샤워해 피부 등에 남은 염분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문덕주 베스티안서울병원 원장은 “바닷가에서 물놀이 등을 한 뒤 일광화상 증상이 생겼다면 흐르는 물로 염분을 씻어내고 피부의 열기를 진정시켜 줘야 한다”며 “샴푸 비누 등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냉수로만 샤워해 화상을 입은 부위 자극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물집이 생겼다면 터뜨리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장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 문덕주 베스티안서울병원 원장, 대한안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