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기피제, 과다 사용하면 구토와 경련 유발"
무더운 여름밤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깃소리가 들려오면 짜증이 확 솟구치죠. 어젯밤엔 날도 덥고 기운이 없어 모기 잡는 걸 포기하고 모기기피제를 바르고 누웠습니다. 신기하게도 모깃소리가 들리지 않더라고요.

모기기피제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길래 모기가 싫어하는 걸까요? 국내에 판매되는 모기기피제에 가장 많이 쓰이는 성분은 디에틸톨루아미드와 이카리딘입니다.

디에틸톨루아미드는 1946년부터 미국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살충제 중 하나인데요. 모기 쫓는 효과가 좋은 대신 과하게 사용하면 구토, 발진, 어지럼증, 경련, 정신착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체 표면적의 20%가 넘지 않도록 바르고, 상처 부위나 햇볕에 탄 피부에는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사용해선 안 됩니다.

디에틸톨루아미드는 임신부나 수유부에게 안전하지만 2개월 이하 영아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20% 이상 들어간 고용량 제품은 12세 미만 영유아가 발라선 안 되는데요. 부득이하게 써야 한다면 어린이용으로 나온 저용량 제품을 골라 팔, 다리처럼 노출 부위에 소량만 발라주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이카리딘은 피카리딘이라고도 불리는 방충제 원료입니다. 살충 성분인 디에틸톨루아미드와 달리 곤충은 물론 사람에게 무해한 성분입니다. 해충의 후각 수용체에 작용해 인체가 발산하는 냄새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디에틸톨루아미드보다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데요. 그래도 독성이 적은 모기기피제를 찾는다면 이카디린이 함유된 제품을 고르면 됩니다.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화학성분이다 보니 6개월 미만 영아에겐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밖에 파라멘탄-3, 8-디올 성분이 들어간 모기기피제도 있습니다. 이 성분은 눈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눈 주변이나 얼굴, 손에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분무형 액제나 에어로졸제도 얼굴에 직접 분사하면 눈에 들어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모기기피제는 피부 표면에서 증발하면서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체온이나 기후에 따라 지속시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4~5시간 효과를 내기 때문에 한 번 바른 뒤 최소 4시간이 지난 다음에 추가로 사용해야 합니다. 계속 덧바르면 독성이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용 후에는 피부에 기피제 성분이 남아 있지 않도록 물과 비누로 깨끗이 씻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성분을 알고 나니 별생각 없이 모기기피제를 바르고 잤던 게 후회가 되네요. 다음부턴 야외활동을 할 때만 써야겠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