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펀드매니저의 잇따른 이직과 밀려드는 환매로 부진의 늪에 허덕였던 대형 자산운용사 간판 펀드들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타 펀드매니저의 개인 역량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꾸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리서치팀의 모델포트폴리오(MP·펀드 운용 때 사고팔아야 할 종목을 회사 차원에서 선별해 놓은 가이드라인) 중심의 투자 시스템이 자리잡은 덕분이다.

◆20% 안팎 수익 낸 ‘간판 펀드’

왕년의 '스타 펀드' 화려한 부활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코리아대표’ 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3일까지 20.58%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19.80% 오른 코스피지수보다 0.78%포인트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과 ‘디스커버리’ 펀드 역시 20.47%와 18.72%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의 ‘그로스포커스’ 펀드도 오랜 부진을 딛고 올 들어 21.38% 수익률을 올렸다.

2007년 설정된 코리아대표 펀드는 2013년 설정액이 최대 1조5466억원에 달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액티브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가장 컸다. 수익률도 2010년 이후 국내 펀드 상위 10% 안에 꾸준히 들었다. 하지만 펀드 운용을 맡은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당시 삼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가 자문사 창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뒤 펀드 수익률이 2014년과 2015년 각각 -9.52%, -3.22%로 고꾸라졌다. 펀드 자금도 매년 2000억~3000억원 정도 빠져나갔다.

코리아대표 펀드의 반전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신승훈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팀장을 영입하고 특정 테마나 내수주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면서 시작됐다. 신 팀장은 “경기가 확장 국면이라고 판단해 경기 변화에 민감한 정보기술(IT)주와 은행 등의 비중을 높인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서재형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와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등의 손을 거치면서 2008년 펀드 설정액이 11조3308억원에 달했던 디스커버리와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 펀드도 대형주 장세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상반기 현대미포조선 등 운용사의 ‘색채’가 반영된 종목을 발굴해 투자 비중을 높인 게 효과적이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디스커버리 펀드를 운용하는 조일웅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 본부장은 “성장주와 가치주를 나누기보다 실적 성장세가 보이지만 주가가 싼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전략이 최근 장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 보강 이후 수익률 반전

이들 펀드는 수익률 부진을 겪은 뒤 리서치(연구) 인력을 대폭 늘리고 회사 차원의 투자 전략을 전면 재수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5년을 전후로 회사 차원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70% 이상 담도록 원칙을 정했다.

이를 위해 두 회사 모두 리서치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이전엔 회사 차원이 아니라 팀이나 개별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이 주를 이뤘다. 모델포트폴리오를 도입한 지 2~3년이 지난 올해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팀장은 “자체 분석을 통해 시가총액 1~100위 기업인 대형주 비중을 85% 이상 가져가고 있다”며 “개별 테마 이슈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출렁이지 않고 대형주 장세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