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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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로 불리는 헬스&뷰티(H&B) 시장에서 또 맞붙고 있다. 화장품, 약, 식품을 주로 파는 H&B 매장은 국내에서 급속히 늘고 있다. 롯데는 자체 브랜드 ‘롭스’로 젊은 층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는 세계 1위 드러그스토어 영국 ‘부츠’를 지난 5월 국내로 들여와 차별화에 나섰다.

프리미엄 전략 신세계 부츠

신세계 부츠는 콘셉트를 ‘프리미엄’으로 잡았다. 주력 품목인 화장품부터 그렇다. 색조 화장품 맥을 H&B 매장으론 처음 입점시켰다. 맥은 주로 백화점, 면세점에 있는 고급 브랜드다. 부츠에 입점한 슈에무라 베네피트 등도 다른 H&B 매장에서 보기 힘든 고가 브랜드다. 여기에 달팡 비오템 더말로지카 등 스킨 제품을 고급 브랜드로 채웠다.

신세계 ‘부츠’
신세계 ‘부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부츠는 기존 H&B 매장과 다르게 간다”고 말한 것이 프리미엄 전략으로 나타난 것이다.

점포 안에 약국을 넣은 것도 다른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올리브영, 왓슨스 등 경쟁사는 신규 매장에 약국을 넣지 않았다. ‘드러그스토어’란 말 대신 ‘H&B 매장’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츠는 매장에 약국을 둬 정통 드러그스토어를 추구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와 ‘노브랜드’ 매대가 별도로 있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현재 4개인 매장을 빠르게 늘릴 계획은 없다.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젊고 빠르게’…롯데의 롭스

롯데 ‘롭스’
롯데 ‘롭스’
이에 비해 롯데의 롭스는 ‘젊고 트렌디한 H&B 점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10~20대 젊은 층이 주 타깃이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을 잡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상품을 재빠르게 판매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롭스에서 올초부터 판매 중인 색조화장품 ‘삐아’가 대표적이다. 티몬 등 이커머스에서 큰 인기를 끈 상품을 들여와 ‘대박’을 냈다. 롭스 매장에서 가장 빨리 품절되는 상품이다. 닥터원더의 ‘안티스팟패치’ ‘악어발팩’ 등도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상품을 가져온 사례다.

롭스 관계자는 “온라인 인기 화장품을 매장에서 발라보고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롭스에 오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롭스는 매장 수를 작년 말 87개에서 연내 120여 개로 늘리기로 했다. 조만간 모바일 쇼핑몰도 열 계획이다.

올해 H&B시장 1.7조원 전망

'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헬스&뷰티 시장서 격돌
롯데와 신세계가 H&B 시장에 적극적인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2013년 5900억원 수준이던 국내 H&B 시장은 지난해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H&B 시장은 연 20~30%씩 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소비자들이 H&B 쪽으로 옮겨간 게 결정적이었다. 그래도 H&B 점포가 화장품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한국이 4.2%로 일본(32.5%), 홍콩(18.2%) 등에 비해 낮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장 1위 올리브영은 매장 수를 계속 늘려 경쟁자가 자리를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올리브영은 작년에만 248개 매장을 새로 냈다. 올해도 1분기에만 68곳을 늘렸다. 올리브영 전체 매장 수는 총 868곳으로 국내 H&B 점포 수 기준 점유율이 약 64%에 이른다. 올리브영은 연내 1000개를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품을 다양화해 여성이 한 매장에서 필요한 모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여성 라이프 스타일숍’으로 자리잡겠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