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이 3500여 명의 ‘민간인 댓글부대’를 동원해 여론 조작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 성격이 강하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18대 대선을 앞두고 제기됐던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이 일부 밝혀졌다. 빙산의 일각임에도 매우 경천동지할 내용”이라며 “당사자들은 더 늦기 전에 진실을 고백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 대변인은 “국정원 댓글 공작은 일벌백계로 다뤄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결국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 여론 조작 사건의 몸통은 이명박 청와대”라며 “실로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용서할 수 없는 위법 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꼭 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보수 야당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국가 안보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지금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과거 정권 파헤치기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정치화하려는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보 불안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부대’ 활동이 이명박 정부 때 이뤄졌다는 점에서 옛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정치적 의도가 명백하다”며 “굳이 TF를 만들어 조사 결과를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공개한 것은 사법부 흔들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현 정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맞불을 놓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