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한 찬반 세력이 정면충돌하면서 정계개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0여 명 중 30명 이상이 출마 만류”

박지원 전 대표는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40여 명의 국민의당 의원 중 30명 이상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당대표로 나가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후보 등록까지 약 1주일 시간이 남아 있다”며 “자신과 당을 위해 재고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은 10일과 11일 양일간 한다.

박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존재감 때문에 출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이 지나치게 진보적으로 흘러가서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 고문들이 분노해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고문단 모임을 통해 의사 표시를 하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고문단은 안 전 대표를 출당시키는 조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주홍 의원은 ‘3·15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며 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황 의원은 “4·19 혁명이 일어난 뒤 대통령 선거에 3·15 부정선거 최고책임자가 출마하면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안 전 대표가 출마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행위로 대선 조작행위를 했다는 것은 무슨 말을 해도 변명할 수 없다. 정치적·도덕적 책임의 최고 정점에 안 전 대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경진 의원도 “안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한 것은 대선에서 패배하면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함의가 포함된 것”이라며 “당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4월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안 전 대표에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살리러 나왔다는 당이 깨질까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걱정과 한숨이 가득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전당대회는 대선 패배를 추스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개편 신호탄 될 수도

반면 김정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당을 살린다는 책임감으로 출마한 안 전 대표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우리 당 의원들도 다양한 의견과 경쟁을 허용해야 한다. 공격적 언어로 비난하는 대신 공정한 경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진화에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찬반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출마자 개인이 책임지고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당내 세력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중(極中)주의’를 표방한 안철수계와 비안철수계 세력이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날 집단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동교동계를 비롯해 탈당 ‘도미노설’까지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당과 함께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 좌·우 어디에도 경도되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는 극중주의를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대표 측이 재창당 수준의 ‘인적쇄신론’까지 들고 나오면 호남 중진의 강한 반발로 이어져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