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전에도 철수설이 나왔지만, 이번엔 2대 주주(지분율 17.02%)인 산업은행이 직접 그럴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심상찮다. 산은은 그제 지상욱 바른정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보고서에서 한국GM의 경영실적 악화, GM 본사 차원의 해외철수 전략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에선 특히 “지분 매각 또는 공장 폐쇄 등을 통해 철수할 경우 저지 수단이 없다”고 우려했다. GM 본사가 갖고 있는 한국GM 지분(76.96%) 처분 제한이 오는 10월 해제되기 때문이다. GM은 2002년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최소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산은이 “주주감사권을 발동해 한국GM을 감사하려고 했지만 GM 측의 방해로 중단됐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회사 측은 이번에도 철수설을 부인했으나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GM의 경영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 들어서 7월까지 국내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줄었다. 지난달엔 24.8% 급감했다. 게다가 제임스 김 사장이 지난달 사임하면서 리더십마저 공백상태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시장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GM이 철수한다면 그 후폭풍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게 뻔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도 더 위축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일자리 문제다. 국내 사업장 4곳에 근무하는 1만6000여 명과 협력업체 직원 약 30만 명이 실업 등 고용불안 상태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 와중에도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기본급 15만4883원 일괄 인상과 정년 연장(61세) 등의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조원의 적자를 누적한 회사 측 고민은 아랑곳조차 않는 ‘철밥통 지키기’ 행태다. 한국GM의 철수 명분을 더 분명하게 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환경 악화로 ‘탈(脫)한국’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