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미·러 등 주요국 외교수장 집결…北 규탄 메시지 나올 듯
中언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이슈에도 관심 집중
북핵 위기 속 아세안회의 주목…"한반도 문제 핵심의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연쇄회의에서 북핵과 남중국해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6일 채택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대북 제재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아세안 회원국은 물론 한중일,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 외교 수장들이 집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5일 외교부와 중국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6일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7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미국, 러시아, 북한 등 총 27개국 대표들이 참석한다.

강경화 장관은 회의 기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 등 총 15개국과 양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가 북한의 ICBM 연쇄 발사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의 ARF 회원 자격을 정지하는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2일 "ARF에서 다른 회원국과 함께 북한의 회원 자격을 정지할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RF는 회원 자격 정지에 대한 절차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데다 의장국인 필리핀뿐 아니라 중국 등도 북한의 자격 박탈에는 반대 입장을 보여 결론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중국 언론도 이번 회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북핵 해법과 관련해 '대북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또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기존 북핵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재차 강조하고 필리핀 등을 중심으로 하는 우군을 끌어들여 남중국해 문제를 협력하는 모양새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가 북한과 남중국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세안 장관들은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것인데 로베스피에르 볼리바르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상황 전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샤먼(廈門)대학의 좡궈투 교수는 "아세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면서 "아세안은 항상 아태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원하며 특히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볼리바르 대변인은 북한이 이 기간에 함께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고 확인하면서 ARF는 유엔이 아닌 곳에서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아세안이 참여하는 유일한 무대라고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이번 회의에 참석해 여러 차례 중요한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필리핀을 방문해 ARF에 참석할 예정이라 왕이 부장과 별도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세안의 대중국 비난 성명을 저지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의 주도로 이번 회의에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을 공식화하게 될 것으로 봤다.

중국 남해(南海)연구원의 천샹먀오 연구원은 "남중국해 문제가 이번 회의 기간에 관심을 받겠지만 갈등보다는 협력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면서 "중국은 최근 필리핀을 포함한 남중국해 관련국들과 관계를 크게 개선해왔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