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단에는 이런 기운과 에너지의 파동을 잡아내 색채미학으로 승화시키는 화가가 많다. 7일부터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서유정 씨도 대표적인 기 그림 작가다.
홍익공기수련회 대체의학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서씨는 그동안 무의식의 흐름을 색채로 치환해 사랑과 평화와 행복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노력해왔다. 미묘한 색채와 질감 표면에 새겨진 흔적이 특징이다. 우주 에너지를 상징하던 기 그림의 연장선에 있지만 색채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3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기운과 파동의 미학’. 평소 기도, 명상을 통해 받은 기운을 추상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근작 20여 점을 걸었다. 에너지가 퍼지는 과정을 통해 생명과 우주의 미묘한 관계를 표현한 작품들이다.
서씨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천상의 화원을 거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서씨는 “아무 생각 없이 명상 끝에 생각나는 대로, 손이 움직여지는 대로 우주의 근본 에너지를 무한대로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내 그림 속에서 특별히 어떤 대상을 형상화했다는 증거를 찾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 무엇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 만큼은 어떤 의도나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게 불문율로 통한다”고 했다. 의식적으로 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억지 춘향식으로 짜낸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씨의 작품은 우주의 에너지를 포착해서 그런지 묵직한 느낌이다. 아크릴 물감으로 바탕색을 칠한 뒤 표면을 긁어내고 다시 여러 번 칠했다. 붓질과 화면은 생명을 표현한 작업답게 시원시원하고 자유분방하다.
서씨는 “작품에 중첩된 선과 색깔은 기 흐름의 오묘함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좌선이라는 명상 상태를 암시하기도 한다”며 “빛의 산란, 삼각형, 별, 회오리 모양, 새 등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면 나의 소임은 끝난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