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유동성의 시대'→'긴축의 시대' 전환
금리상승·대출규제…'돈 빌리기' 어려워져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싼 금리로 자금을 무한정 공급하며 도산위기를 막아냈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젠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며 '파티'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있다.

'저금리·유동성의 시대'에서 '긴축의 시대'로 돌아서고 있는 셈이다.

소규모 개방형 경제인 국내에선 이런 현상이 더 급격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저금리 여파로 1천400조 원까지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닫히는 대출창구] '유동성 파티' 끝났다
한국은행은 6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예고한 상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그동안 저금리를 바탕으로 이뤄져 왔던 국내 경제의 모든 현상이 정반대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현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초래해 적잖은 혼란과 충격,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인데도 이미 시중 실세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은행들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상승에 따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5%에 육박하고 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말을 듣고 집을 샀던 실수요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팀이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부양으로 내수경기를 견인하겠다며 내세운 정책들도 3년 만에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보유세 강화를 제외하면 꺼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선전포고에 해당하는 이번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까지 낮아져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다.
[닫히는 대출창구] '유동성 파티' 끝났다
이미 금융권에선 작년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취지에 따라 금융회사에서 빌리는 돈줄을 조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달 중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는 신(新) DTI를 내년 도입하고 2019년까지 전 금융권에 DSR(총체적상환능력평가시스템)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방안은 장래소득의 변화를 고려하거나 전 금융권의 대출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고려하는 등 강력한 대출규제 수단을 동원한다.

이런 현상들은 앞으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고 부채를 줄여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서민의 생활자금 마련이나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등이 더 어려워지고 금융자산 보유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

한계가구나 한계기업이 금리상승을 버티지 못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모처럼 상승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가계와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