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조르주 쇠라 '샤위 춤'
프랑스 출신 후기 인상파 화가 조르주 쇠라(1859~1891)는 물리학과 광학, 기하학을 집요하게 탐구해 ‘과학적 점묘법’을 고안했다. 대상을 여러 가지 색으로 분할해 색점으로 찍어내듯 표현함으로써 보는 사람의 눈에서 색이 섞이면서 선과 형태, 전체 색조가 드러나게 했다.

빛의 프리즘을 통해 새어 나오는 작은 색점들의 혼합, 은은한 명암 대비와 질감은 화면 분위기를 확 바꿔 놓는다.

네덜란드 오터를로에 있는 크뢸러뮐러미술관에 소장된 이 그림 역시 색채이론에 과학을 접목한 점묘화풍의 걸작이다. 어느 날 파리 공연장에 들른 쇠라가 당시 유행한 캉캉춤이라 불리는 샤위춤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렸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거만한 표정으로 캉캉춤을 추는 네 명의 무용수 모습을 십(十)자형 붓터치로 모자이크처럼 구축했다.

무용수들의 높이 치켜 올라간 다리, 꼿꼿하게 선 몸과 머리를 마치 스냅사진처럼 포착해 음악적 선율까지 시각화했다. 한 화면에 음악적 긴장감과 과학적 색채 미학을 동시에 아우른 게 흥미롭다. 쇠라는 오케스트라가 화성법과 대위법으로 선율의 조화를 만들어내듯 미술에서도 색과 형태를 과학적인 일정한 규칙으로 사용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여겼다. 생전에 ‘예술은 하모니’라고 한 쇠라의 말이 실감 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