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철우 최고위원.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철우 최고위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7일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정치권 일부에선 자위권 차원의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한국도 핵을 쓸 수 있다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본격적으로 한·미 간에 논의해야 할 때”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공포의 핵 균형을 통해 한반도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평화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추진해 추후 국민 서명을 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달 안에라도 의원총회를 열 수 있으면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술핵은 국지전에서 사용하는 위력 100㏏ 이내 핵무기다.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이 해당한다. 위력이 수백㏏ 이상이면서 적국의 산업·운송 시설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핵과 구분된다. 하지만 핵무기는 위력이 워낙 강해 둘 사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1958년 주한미군에 처음 전술핵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991년 9월 핵무기 감축 방안을 발표한 뒤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핵을 철수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최근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론에 힘을 보탰다. 지난 대선 때도 한국당 후보였던 홍 대표와 바른정당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전술핵 재배치를 공약했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한국형 핵무장’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원 의원은 “언제까지 주변 국가의 눈치를 보고 우리의 운명을 동맹국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며 “북한 비핵화가 안 되면 우리도 상응하는 핵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우선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이겨내야 한다.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도 약해진다. 남북한이 1991년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근거로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거나 대북 제재를 가할 명분도 없어진다.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고, 이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 여론이 외교 무대에서 중국을 압박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하는 효과는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욱 적극적인 북핵 대응을 촉구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철 지난 제재·대화 병행론만 되풀이하지 말고 한국이 주도해 미국을 설득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으로 동북아 안보 질서의 큰 구상을 수립해 달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에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소식을 전했는데 강아지 소식보다 극명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국민이 더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