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안 는다더니…빗나간 8차 전력수급계획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전력 수요 전망 워킹그룹’은 지난달 13일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최대 전력 수요를 86.3기가와트(GW)로 예상했다. 2년 전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예상한 2018년 전망치(91.8GW)보다 5.5GW가 줄었다. 5.5GW는 원자력발전소 5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워킹그룹은 “7차 예측이 부풀려졌다. 앞으로 전력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脫)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워킹그룹의 초안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안에 8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하겠다”고 화답했다.

워킹그룹과 산업부의 예상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지난달 21일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알 수 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이날의 최대 전력 수요는 84.59GW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부가 기업에 전기 사용을 줄이라는 ‘급전(急電) 지시’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정부는 기업에 총 2.51GW의 전력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고 기업들은 총 1.72GW를 줄였다.

만약 기업들이 1.72GW를 감축하지 못했다면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86.31GW가 됐을 것이다. 정부와 워킹그룹이 내년에야 도달할 것이라 했던 86.3GW를 올해 이미 초과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매년 최대 전력 수요가 경신되고 있다는 건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2014년 74.05GW이던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2015년 76.92GW, 작년 85.18GW로 상승했다.

결국 탈원전 논리에 맞추기 위해 전력 수요를 낮게 예측했고, 이 예상치를 지키기 위해 기업들의 전기 사용을 막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딥러닝,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과 전기차 보급은 전력 사용을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탈원전 논리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