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피사렛(왼쪽)과 마리안느 스퇴거(오른쪽) 간호사가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마가렛 피사렛(왼쪽)과 마리안느 스퇴거(오른쪽) 간호사가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정부가 ‘소록도 천사’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렛(82)에 대한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김황식 전 총리를 ‘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자는 민간 의견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최근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전남도청 간 면담을 통해 50명 내외의 추천위원회 구성이 논의됐고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를 추천위원장으로, 김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추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청와대는 이 총리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고흥 문화회관에서 열린 마리안느 수녀 명예 군민증 수여식에 참석하고 소록도를 깜짝 방문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두 간호사의 노벨평화상 추진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두 간호사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 전남도청, 오스트리아 티롤 주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우기종 전남도 정무부지사 등은 오스트리아 티롤 주에서 두 간호사를 만나 근황을 살폈고 주 의회를 방문해 공동으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대학 동기였던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1962년, 1966년 소록도 병원에 자원 봉사자 자격으로 입국해 각각 43년과 39년간 한센인들을 돌봤다. 이 기간 한센인 자녀 영아원 운영, 재활치료, 의료시설 모금 활동 등을 통해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한센병 환자를 보는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들은 2005년 건강이 악화되자 주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편지만 남긴 채 조용히 출국, 현재 인스브루크에 거주하고 있다. 마리안느는 암 투병 중이고, 마가렛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두 간호사의 삶을 조명한 휴먼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세종청사 공무원과 가족, 시민 대상으로 상영을 확대해 봉사와 희생의 의미를 알리는 붐을 조성하자”고 당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