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진 저널] '투키디데스 함정' 속의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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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충돌상황 치닫는 미중갈등
그 틈새 한국 안보 근간은 한미동맹
꼼수와 뒷북 아니라 신뢰 쌓아야"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그 틈새 한국 안보 근간은 한미동맹
꼼수와 뒷북 아니라 신뢰 쌓아야"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리슨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술한 펠로폰네소스전쟁(기원전 431~404)이 급격히 부상하던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가 빚어낸 구조적 긴장관계의 결과였다고 설명하고,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 불렀다. 당시 상황은 현재의 미·중 관계와 판박이인데,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집계다.
경제적으로는 2014년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그리고 이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은 ‘심각(grim)’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절박한 상태라는 게 그의 평가다.
한반도는 신흥세력 중국판과 기존세력 미국판이 충돌하는 지진대와 다를 바 없다. 미·중 관계는 언젠가는 터질 대형지진이다. 이런 형국에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사전대비책이 아니라 ‘불쏘시개’뿐이다. 북은 핵과 미사일을, 남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라는 각자의 창과 방패를 들고 중국과 미국의 대리 전사(戰士)로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겉으론 북핵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요즘 중국의 태도를 보면 거짓인 것 같다. 뒷구멍으로는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도와주며 미국과의 운명적 대결구도에서 쓸 수 있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은 중국이 대북(對北) 원유 파이프라인만 잠그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유엔 제재에서도 원유는 빼버렸다. 그것도 트럼프가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무역카드로 압박하자 억지로 응한 것이었다. 특히 “북핵은 미·북 간의 문제이지 중국은 책임이 없다”는 류제이 주(駐)유엔 중국대사의 발언은 북이 추구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한 엄호인 동시에,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남한을 국제 외교현장에서 빼버리려는 중국의 진짜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물론 불장난은 북이 시작했다. 북으로선 핵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남의 대응은 더 한심하다. 거대한 ‘투키디데스 함정’ 속에서 그동안 한국 외교가 걸어온 길은 착각과 패착, 꼼수와 뒷북의 연속이었다. 한·미 동맹은 엄연한 우리 안보의 근간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열해 준 것은 무얼 노리는 것이었을까? 그러다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논리로 중국이 그렇게 싫어하는 사드를 덜컥 가져다 놓은 것은 또 누구의 조언이었을까? 엄이도령(掩耳盜鈴)에 다름없어 보이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구실로 사드를 미뤄 놓는 건 또 누구의 작품일까? ‘정당한 절차’를 되뇌다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발끈하며 사드를 ‘임시’ 추가 배치하라는 지시와 ‘대화’에 찍혀 있던 방점이 ‘제재’로 바뀐 것은 또 무엇인가? 조령모개(朝令暮改)가 따로 없다.
미·중의 갈등구도와 이에 따른 운명적 충돌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일 뿐이다. 우리는 약소국이다. 우리는 미·중 갈등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운전석을 내 줄 사람은 없다.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이상 환경영향평가는 이미 부도수표나 다름없다. 꼼수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뒷북은 경비만 늘릴 뿐이다. 부도수표 발행 남발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래야 한국 외교도 살 수 있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경제적으로는 2014년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그리고 이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은 ‘심각(grim)’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절박한 상태라는 게 그의 평가다.
한반도는 신흥세력 중국판과 기존세력 미국판이 충돌하는 지진대와 다를 바 없다. 미·중 관계는 언젠가는 터질 대형지진이다. 이런 형국에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사전대비책이 아니라 ‘불쏘시개’뿐이다. 북은 핵과 미사일을, 남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라는 각자의 창과 방패를 들고 중국과 미국의 대리 전사(戰士)로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겉으론 북핵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요즘 중국의 태도를 보면 거짓인 것 같다. 뒷구멍으로는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도와주며 미국과의 운명적 대결구도에서 쓸 수 있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람들은 중국이 대북(對北) 원유 파이프라인만 잠그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유엔 제재에서도 원유는 빼버렸다. 그것도 트럼프가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무역카드로 압박하자 억지로 응한 것이었다. 특히 “북핵은 미·북 간의 문제이지 중국은 책임이 없다”는 류제이 주(駐)유엔 중국대사의 발언은 북이 추구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한 엄호인 동시에,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남한을 국제 외교현장에서 빼버리려는 중국의 진짜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물론 불장난은 북이 시작했다. 북으로선 핵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남의 대응은 더 한심하다. 거대한 ‘투키디데스 함정’ 속에서 그동안 한국 외교가 걸어온 길은 착각과 패착, 꼼수와 뒷북의 연속이었다. 한·미 동맹은 엄연한 우리 안보의 근간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열해 준 것은 무얼 노리는 것이었을까? 그러다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논리로 중국이 그렇게 싫어하는 사드를 덜컥 가져다 놓은 것은 또 누구의 조언이었을까? 엄이도령(掩耳盜鈴)에 다름없어 보이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구실로 사드를 미뤄 놓는 건 또 누구의 작품일까? ‘정당한 절차’를 되뇌다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발끈하며 사드를 ‘임시’ 추가 배치하라는 지시와 ‘대화’에 찍혀 있던 방점이 ‘제재’로 바뀐 것은 또 무엇인가? 조령모개(朝令暮改)가 따로 없다.
미·중의 갈등구도와 이에 따른 운명적 충돌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일 뿐이다. 우리는 약소국이다. 우리는 미·중 갈등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운전석을 내 줄 사람은 없다.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된 이상 환경영향평가는 이미 부도수표나 다름없다. 꼼수는 신뢰를 무너뜨리고 뒷북은 경비만 늘릴 뿐이다. 부도수표 발행 남발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래야 한국 외교도 살 수 있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