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 “방송의 무너진 공공성과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무너진 게 많은데 가장 심하고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방송, 특히 공영방송”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임 방통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적폐청산’의 타깃이 검찰과 군(軍)에 이어 공영방송으로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고자 많은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 위원장에게 공영방송 정상화를 당부했다. 공영방송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적폐청산 분야로 지목됐다. 후보 시절이던 지난 3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 “국민이 원하는 적폐 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가 언론 적폐이며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이 가장 망가졌다”며 “옛날의 자랑스러운 MBC의 모습은 어디 갔느냐”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여당도 조만간 KBS, MBC 사장 교체를 통해 문 대통령의 공영방송 정상화 주문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방통위원장 임명이 당초보다 1개월 이상 미뤄지는 바람에 공영방송 정상화 작업이 늦어졌다”며 “법과 절차를 따르겠지만 방송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킨 현 공영방송 사장들에 대한 임기 보장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공영방송 사장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 야당 주장에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집권 직후 감사원 특별감사, 국세청 조사까지 벌여가며 KBS 사장을 온갖 수모 끝에 쫓아내고 MBC를 철저히 망가뜨린 자신들의 행태를 잊은 모양”이라고 반박했다.

공영방송 사장 임기 보장 문제는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진 단골 이슈다. 정권에 따라 임기 보장을 주장하는 ‘공수’만 바뀔 뿐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전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을 정권 교체 6개월 만에 해임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임기 보장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이 지난 6월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위원장 강효상)를 구성하고 공영방송 사장 임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간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당장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부터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급적 국정감사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공영방송 사장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최대한 시기를 늦추려는 한국당의 치열한 수 싸움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범죄의 심각성 및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몰카 영상물을 유통하는 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영상물 유포자에게 기록물 삭제비용을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치유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또 소득분배지수 악화 등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를 지적한 뒤 “더위에 물가까지 올라 국민이 속 타는 일이 없도록 생활물가 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대책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손성태/김형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