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계기로 모처럼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6일 새벽 필리핀 입국 때부터 9일 아침 귀국길에 오를 때까지 자신을 밀착 취재한 각국 취재진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리 외무상은 9일 오전 5시30분께 공항으로 가기 위해 숙소인 마닐라 뉴월드호텔을 나서면서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수행한 북한 외무성 직원이 전날 발표된 ARF 의장성명을 비판하는 북측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취재진에 건넸다.
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뒤인 지난 7일에는 저녁에 북한 대표단 숙소에서 리 외무상 기자회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리용호는 그날도 아무 말 없이 숙소의 취재진 옆을 그냥 지나쳤다.
대표단 대변인 역할을 한 방광혁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이 리 외무상의 ARF 연설문을 배포하면서 기자들에게 몇 마디 했을 뿐이었다.
리 외무상이 지난 6일 필리핀 입국 직후 자신의 객실 근처까지 따라붙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기다리라"고 짧게 답한 것이 나흘 동안 한국 취재진에 포착된 그의 유일한 '육성'이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작년 ARF 때는 달랐다.
작년 5월 외무상이 된 뒤 국제무대 데뷔전 격으로 ARF에 나선 리용호는 작년 7월 26일 ARF 외교장관회의 후 회의장 1층 로비에서 10여분간 기자들과 회견했다.
그는 당시 북한의 핵보유 '정당성'을 강조하는 장황한 모두 발언을 한 뒤 8개 정도의 질문에도 답했다.
올해 ARF에서 보인 리용호의 '침묵'은 우선 평양의 '훈령'에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북미 간에 강대강의 첨예한 대치를 하는 가운데, 외교 책임자가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는 편이 강경한 입장을 부각시키는데 도움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언론에 선전전을 펴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지난달 연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에 대한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직후 열린 이번 ARF에서 리용호가 직면해야 했던 '고립'과 연결짓는 시각이다.
실제 이번 ARF 기간 그나마 '비빌 언덕'이 되어줬던 동남아 국가 외교장관들까지 자신과의 개별 양자회담을 꺼렸고, '혈맹'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회담에서 '더 이상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으며, ARF에서 북측 연설에 호응하는 장관은 사실상 한 명도 없었다.
ARF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리 외무상은 작년에 데뷔무대였던 ARF에서 의장성명 내용 변경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뒤 아세안에서도 자국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올해는 ARF 직전 아세안 국가들의 고강도 북핵 관련 별도 성명 발표, 안보리 신규 제재 결의 채택, 미국의 북한 ARF 자격정지 거론 등이 겹친 데다 ARF 기간 아세안 국가들이 개별 회담까지 거부하자 총체적 고립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체념한 나머지 기자회견을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지방선거 경선에서 지역과 대상에 따라 당심과 민심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7일 밝혔다. 최근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이 당심 반영 비율을 70%로 높이는 방안을 당에 권고한 데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선거 공천의 룰을 이기는 룰로 바꾸겠다"라며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이기는 선거가 되도록 지역과 대상에 따라 당심 반영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앞서 지선기획단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경선룰을 지도부에 제시했다. 직전 경선에서는 50 대 50을 적용했는데, 지선 후보 선출에 당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당심과 민심이 괴리된 현 상황에서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그러면서 장 대표는 "전략지역의 경우 공개 오디션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라며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어 200만 책임당원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이번 지선에 2030 청년 의무 공천제를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장 대표는 "다가오는 지선에 청년 의무 공천제를 도입하겠다"라며 "청년들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겠다"고 했다. 이어 "각 시도당에도 2030 로컬청년 TF를 만들겠다"며 "2030 인재영입 공개 오디션을 실시해 선발된 청년 인재들을 주요 당직에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 전 대표 본인이 풀어야 할 사안"이라면서 인터넷 프로토콜(IP) 도용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권했다.안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최근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논란이 이어지며 당력이 분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한 전 대표 본인이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원 게시판에 불과 2개의 IP에서 5개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1000여건 이상의 게시글이 작성됐다"고 했다.안 의원은 "'드루킹' 조작 피해 당사자인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전형적인 여론조작 수법"이라며 "따라서 한 전 대표는 IP 도용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길 권한다. 명의도용인 때문에 당 전체가 흔들리고 한동훈 개인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사법의 단죄로 깨끗하게 당원 게시판 문제를 정리하길 제안한다"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의 삶을 말해야 당의 목소리를 더 퍼트릴 수 있다. 선거는 결국 민생"이라고 강조했다.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 전 대표 가족 5인이 당원 게시판 운영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관련자들의 탈당과 게시글 대규모 삭제가 확인됐다"면서 확인한 내용을 윤리위원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는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이 사건은 지난해 2024년 7~11월 국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