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지는 북한·미국 말싸움에 일촉즉발 긴장감…"톤다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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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北핵미사일보다 워싱턴 실수가 더 위험"…정치권서 협상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내놓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으로 미 정치권 안팎에서 한반도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말의 전쟁'이 갈수록 거칠어지면서 우발적으로 최악의 사태로 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와 정치권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미스를 지적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낮출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 없는 협박이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실제 군사 행동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행정부 관료들은 마지막 수단이기는 하지만 선제 군사공격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정부 관료들은 올해 들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도 '테이블에 올라 있는 옵션' 중 하나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군사력 동원을 염두에 둔 듯한 공개 발언을 하자, AP통신과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들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는 초강경 발언의 수위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사태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이 미국을 향해 "1천 배로 보복할 것"을 다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이 곧바로 괌에 대한 포위사격 위협을 날리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둘러싼 대치 상황이 실제 전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새로운 공포를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은 폴리티코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북한의 위협은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이 아니라 워싱턴이 의도치 않은 한반도 핵전쟁으로 우연히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성명은 그런 우려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켈시 대븐포트 미 군축협회(ACA) 비확산정책국장은 "치고받기식 표현의 수위가 올라가면 작은 사고가 더 큰 분쟁으로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전쟁 또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염려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P.J. 크롤리는 BBC 방송 기고문을 통해 "어느 시점에 과열된 말의 전쟁이 후진기어 없이 실제 행동과 대응의 악순환을 만들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의 뒤에 어떤 전략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직 외교관인 조지프 디토머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도 CNBC방송 인터뷰에서 "마법처럼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단이 더이상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미 정가 안팎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으라는 주장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피닉스 지역 라디오방송 KTAR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인은 부드럽게 걷지만 큰 몽둥이를 들고 있다'는 테디 루스벨트의 언급처럼 말이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와 같은 표현을 톤다운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권고했다.
아울러 표현의 과격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도 잇따른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1945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에 앞서 일본이 항복하지 않으면 "파괴의 비(a rain of ruin)를 공중에서 맞을지 모른다"고 경고한 이후 현대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군사적 수사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사(史)를 연구하는 마이클 베숄스는 NYT에 "대통령이 과거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더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한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은 개인적 감정보다 훨씬 더 온건한 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의 경우 핵무기가 없는 일본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가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갖춘 북한을 상대로 했다는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헨리 패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의 지도자는 특히 핵보유국을 상대할 때 매우 신중하게 언어를 선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북한을 물러서게 하기보다는 위험한 고조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미국과 북한 사이의 '말의 전쟁'이 갈수록 거칠어지면서 우발적으로 최악의 사태로 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와 정치권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미스를 지적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낮출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 없는 협박이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실제 군사 행동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행정부 관료들은 마지막 수단이기는 하지만 선제 군사공격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정부 관료들은 올해 들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도 '테이블에 올라 있는 옵션' 중 하나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군사력 동원을 염두에 둔 듯한 공개 발언을 하자, AP통신과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들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는 초강경 발언의 수위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사태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이 미국을 향해 "1천 배로 보복할 것"을 다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이 곧바로 괌에 대한 포위사격 위협을 날리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둘러싼 대치 상황이 실제 전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새로운 공포를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은 폴리티코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북한의 위협은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이 아니라 워싱턴이 의도치 않은 한반도 핵전쟁으로 우연히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성명은 그런 우려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켈시 대븐포트 미 군축협회(ACA) 비확산정책국장은 "치고받기식 표현의 수위가 올라가면 작은 사고가 더 큰 분쟁으로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전쟁 또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염려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P.J. 크롤리는 BBC 방송 기고문을 통해 "어느 시점에 과열된 말의 전쟁이 후진기어 없이 실제 행동과 대응의 악순환을 만들 위험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의 뒤에 어떤 전략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전직 외교관인 조지프 디토머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도 CNBC방송 인터뷰에서 "마법처럼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단이 더이상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미 정가 안팎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으라는 주장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피닉스 지역 라디오방송 KTAR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인은 부드럽게 걷지만 큰 몽둥이를 들고 있다'는 테디 루스벨트의 언급처럼 말이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와 같은 표현을 톤다운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권고했다.
아울러 표현의 과격성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도 잇따른다.
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1945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에 앞서 일본이 항복하지 않으면 "파괴의 비(a rain of ruin)를 공중에서 맞을지 모른다"고 경고한 이후 현대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군사적 수사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사(史)를 연구하는 마이클 베숄스는 NYT에 "대통령이 과거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더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한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은 개인적 감정보다 훨씬 더 온건한 언어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트루먼 전 대통령의 경우 핵무기가 없는 일본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가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갖춘 북한을 상대로 했다는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헨리 패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의 지도자는 특히 핵보유국을 상대할 때 매우 신중하게 언어를 선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북한을 물러서게 하기보다는 위험한 고조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