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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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원양자원이 재감사에서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의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불투명한 회계 등에 대한 불신으로 중국 기업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원양자원 상장폐지 임박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원양자원은 외부감사인 신한회계법인의 ‘2016회계연도 재감사 감사보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지난 4월 감사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중국원양자원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다시 불거지는 '중국기업 리스크'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5월 재감사 결정 후 이달 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개선기간이 끝난 뒤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거래소에 제출하고 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를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받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부감사 의견이 상장폐지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며 “늦어도 다음달 12일까지는 위원회가 결론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닥시장에 올라 있는 중국 타일전문업체 완리도 11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거래정지 상태다. 지난 4월 외부감사인 이촌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데 이어 재감사가 진행 중이다. 이달 공개되는 재감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상장폐지가 현실화되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원양자원 주주 가운데 개인 소액주주(작년 말 기준)는 2만4319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76%다. 2014년 12월 중순 7092원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 주가는 1000원에서 거래 정지됐다. 완리 소액주주도 1만779명으로 전체 지분의 52.7%를 보유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 모두 하락

다시 불거지는 '중국기업 리스크'
중국 화풍방직이 2007년 국내 증시에 입성한 이후 총 22개 중국 기업이 유가증권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 중 남아 있는 기업은 14개에 불과하다. 2011년 상장한 중국 섬유업체 고섬이 회계부정으로 2013년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등 국내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2012년 연합과기·성융광전투자도 감사의견 거절 후 상장폐지됐다. 중국원양자원이 상장폐지되면 유가증권시장에선 중국 기업이 사라지게 된다.

투자자들의 ‘중국 공포증’ 영향으로 중국 기업 주가는 하락세다. 부동산 임대업체 골든센츄리는 연초 대비 42.46% 떨어졌다. 글로벌에스엠(-37.66%) 씨케이에이치(-37.05%) 등 거래되고 있는 중국 기업 12곳의 주가는 모두 올초에 비해 하락했다. 신규로 증시에 입성하는 중국 기업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올 들어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0일 상장하는 화장품 원료업체 컬러레이는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경쟁률 0.73대 1)을 겪었다. 거래소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투명성 강화에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중국 기업들의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기업공개(IPO) 주관사들이 꼼꼼히 상장 회사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문제 기업의 상장을 이끈 주관사에 일정 부분 책임을 물리고 거래소는 상장 심사를 꼼꼼하게 하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