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몰리는 카뱅, 출범 2주 만에 '증자 SOS'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영업 개시 2주 만에 대출액이 7580억원을 넘어서는 등 예상보다 빠르게 자본금이 고갈되고 있어서다.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카카오, 국민은행 등 주요 주주사와 회의를 열고 증자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3000억원이다. 한국투자금융(58%), 카카오(10%), 국민은행(10%) 등 9개 기업이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4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할 계획이었으나, 영업 개시 13일 만에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넘고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조기 증자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금은 7580억원으로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대형 은행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12%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이 기준을 2019년까지 최소 8% 이상으로 낮춰줬다. 초기 안착을 돕기 위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대형 은행에 비해 낮은 BIS 비율을 적용받지만 지금 추세라면 8% 이하로 BIS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예금 증가 속도가 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예·적금 규모 이상의 대출을 못 하는 예대율 규제 때문에도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증자 요청에 주요 주주사들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주주사는 카카오뱅크에 운영계획과 이익 전망치 등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커진 만큼 신용대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증자 규모는 4000억원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동안 주춤했던 K뱅크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K뱅크는 이날 ‘플러스K정기예금’과 ‘코드K정기예금’ 등 주력상품 금리를 최고 연 2.2%로 0.1%포인트씩 올려 제시했다.

K뱅크는 증자를 위한 실무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내 증자 규모와 실권주 처리방안 등을 주주사들에 제시해 최대한 빨리 증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3일 영업을 시작한 K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달부터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등 정상적인 대출영업을 못 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