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지난 6월 고객이 운전자에게 팁을 줄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설립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우버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노 팁’ 규정을 고수해 왔지만 9년 만에 고집을 꺾은 것이다.
또 다른 차량공유업체 리프트, 식료품 구매대행업체 인스타카트 등 ‘긱 이노코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기업이 파트타임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 보너스와 금융 혜택을 주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미국 실업률까지 낮아지면서 이탈자가 늘고 새 노동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져서다.

◆“누구 일할 사람 없나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긱 이코노미 기업들이 뚝뚝 떨어지는 실업률 속에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큰 비용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 60만 명의 운전자를 보유한 우버는 6월 앱(응용프로그램)을 바꿔 팁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고객이 예약 2분 후 취소하면 운전자에게 보상하도록 했다. 보험사 에이온(Aon)과 협력해 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때 지원하는 보험도 내놨다. 경쟁사인 리프트는 2015년부터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행 횟수에 따라 세금, 건강 및 자동차 정비 서비스를 강화하는 단계별 특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새 인력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문 배달업체 포스크메이츠는 새로 계약하면 50~500달러를 준다. 우버가 새 운전자에게 주는 보너스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1000달러까지 올랐다. 리프트는 800달러를 지급한다. 차량공유 관련 블로그 라이드셰어가이를 운영하는 해리 캠벨은 “긱 이코노미 노동자는 낮은 보수에 불만이 많다”며 “이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이, 더 빨리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고 지출 경비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우버와 계약한 신규 운전자의 45%가 첫해에 그만둔다. 통상 6명의 긱 이코노미 노동자 중 1명은 신규 진입자이며, 그중 절반 이상은 1년 내에 나간다. 기업들이 특전을 늘리면 이직률을 낮추고 서비스도 안정화시킬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식품배달 업체인 도어대시의 토니 시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증가하는 주문량을 소화할 배달자를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각종 특전으로 경험 많은 배달자를 유지해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외부 회사와 계약해 10만 명의 독립 배달자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있으며 배달수당을 다음날 즉시 지급한다.

인스타카트는 구매 대행자에게 휴대폰 요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회사 회의실 등 공간도 개방했다. 이 회사는 대행 구매자 일부가 “인스타카트가 부적절하게 팁을 모으고 경비를 환불해주지 않았다”며 460만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3월 합의했다. 이후 고객이 구매 대행자에게 팁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추가했다.

◆낮은 실업률, 긱 이코노미 위협

긱 이코노미 기업이 인력 확보에 돈을 펑펑 쓰는 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들어간 미국의 고용 시장 상황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6월 말 기업들이 낸 채용공고 규모가 616만 명에 달해 전월 대비 46만1000명 늘었다고 8일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적당한 노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발표한 7월 실업률도 전달 4.4%에서 4.3%까지 떨어졌다. 최근 16년간 최저치다. 신규 일자리는 6월 23만1000개에 이어 7월 20만9000개 증가했다. 구직전문사이트 인디드닷컴의 제드 콜코 애널리스트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성인은 그 어느 때보다 채용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7월 신규 일자리 중 45%가 헬스케어와 레스토랑 분야에서 생겨났다. 긱 이코노미에 주로 편입되는 저임금 일자리가 많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실업률은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7일 내년 미국 실업률이 3.8%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매월 새 일자리가 평균 15만~20만 개 새롭게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고용시장은 완전고용 상태였던 1989년과 2006년 수준으로 호황”이라고 설명했다.

■ 긱 이코노미

gig economy. 기업이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고용 형태가 늘어나는 경제를 말한다. 즉, 노동자가 어딘가에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하는 ‘임시직 경제’다. 콜택시, 쇼핑 대행 등 모바일 기기로 주문한 즉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 서비스가 늘면서 이 같은 임시직도 급증했다.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