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7%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경제계가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인의 ‘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을 법인의 ‘자산’과 비교해 세금납부 여력을 판단한 데다 이중과세 논란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지난 7일 ‘법인세제 개편에 따른 기업별 세금부담 분석’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을 25%가 아니라 27%까지 올려도 대기업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7%로 인상하면 1248개 기업이 6조4499억원을 지금보다 더 부담하는데, 이 돈은 세금을 더 내는 기업의 이익잉여금 잔액 대비 1.71%, 보유 현금액 대비 4.5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기업소득 과세 기준 200억원 초과 1000억원 이하 기업에는 25%, 1000억원 초과 기업에는 27%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하자고 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기업의 법인세 조세부담능력을 이익잉여금과 보유 현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법인세는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다. 법인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서는 별도로 유형별 재산세를 부과한다. 자산 형태로 보유 중인 이익잉여금이 많으니 당기소득에 부과하는 법인 소득세를 인상하자는 것은 현행 과세 체계에 전혀 맞지 않는 비교 방식이다.

이익잉여금과 보유 현금은 기업소득에서 법인세 등을 내고 난 이후 남는 금액이다. 이를 다시 법인세 과세의 근거로 삼으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익잉여금과 현금을 법인의 조세부담 여력을 추가로 높이는 ‘쌈짓돈’이나 ‘여윳돈’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장기업 사내유보금의 81.3%는 이미 유형자산·재고자산 등에 투자된 상태다.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을 기준으로 조세부담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세금을 부과한다면 세금 납부를 위해 이미 투자된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법인세 부담능력을 이익잉여금과 현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참여연대가 법인세 인상을 위해 포퓰리즘적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부동산 등의 자산보다 현금보유 비중이 높은 개인에게 더 많은 소득세를 물려야 한다는 억지 주장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경제계의 지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