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더 거세질 듯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민간 보험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하라는 정부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보험사들은 병·의원의 과잉진료 관행을 고치지 않고 실손보험료만 낮춰서는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작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자 보험업계에는 다음 수순은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넓히는 대신 실손보험 보험료를 낮추는 ‘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 연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넓어진 만큼 민간 보험사들이 얻은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보험사들은 이번 대책 발표로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강도가 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확대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비급여 진료가 급여로 전환되면서 얻은 반사이익이 있는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재정 확대로 반사이익을 봤다는 정부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실손보험료 인하보다 병원의 과잉진료 관행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일부 병·의원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수가가 높은 치료를 권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는 게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낮추기 위해선 의료기관마다 다른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료 기준을 통일하고 세분화해 병·의원이 보험금을 과잉 청구할 여지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정비 없이 실손보험료만 낮추라고 압박한다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험 갱신 시점에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