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저출산과 복지병… 번영을 누렸던 국가의 후유증 2가지
‘부유한 시기를 겪은 국가들은 침체기를 피할 수 없다.’

풍성한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이런 가설을 입증하는 토드 부크홀츠의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는 국가의 부침과 번영을 연속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다룬다. 부크홀츠는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로 상당한 인기를 모은 작가이자 경제학자로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인용된 역사적 사례들이 탄탄하기 때문에 마치 역사서를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부유한 시기를 경험한 국가들이 겪는 분열의 위험 요소를 분석한다. 번영을 누린 다음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출산율 저하다. 고대 스파르타와 로마제국, 나폴레옹 이후의 프랑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출산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부유한 국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가 발견한 경험법칙은 다음과 같다.

“현대(산업화 이후로) 국가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5년 단위로 두 번 연속(즉 두 세대에 걸쳐) 2.5% 이상을 기록할 때 출산율은 대체율(여성 한 명당 2.5명의 자녀)을 밑돌게 된다. 그리고 GDP 증가율이 세 번 연속 상승할 때 출산율은 2.1명 이하로 떨어진다. 이때 인구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민자 유입이 필요하다.”

이 책의 1부는 ‘분열의 원칙’으로 출산율 하락, 세계화와 애국심의 패러독스, 달콤한 유혹인 빚, 근로 의지의 퇴락과 정체의 덫, 애국심과 이민 등 5개 장으로 구성된다. 2부에선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터키의 아타튀르크,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등을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좋은 시절이 지나면 또 하나 자주 등장하는 현실은 정부가 빚을 증가시키는 데 앞장선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늘리는 빚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부에 돈을 빌릴 권리를 부여한다는 말은 곧 미래 세대를 구속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또 하나의 후유증은 근로 의지가 퇴락하면서 세금에 의지해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를 부추기는 정치인들도 늘어나게 된다. 1930년대 초 오스트리아 빈 남쪽에 위치한 마리엔탈은 섬유공업이 번성했던 곳이다. 섬유공업이 붕괴된 이후, 이 마을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삶의 활력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정신도 무너졌다. 이런 상황은 국가 부조를 늘린 나라들이 걸어가게 될 길을 보여주고 있다. 마리엔탈 이야기는 경기침체가 사람들의 영혼과 근로윤리를 어떻게 허물어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의 가치는 지금도 어디선가 많이 보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다. ‘부유한 시기를 거친 국가 대다수가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지,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들은 시간을 투자해 읽을 만한 멋진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