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 X9S플러스(왼쪽부터), 오포 R11, 샤오미 미6, 화웨이 메이트9
비보 X9S플러스(왼쪽부터), 오포 R11, 샤오미 미6, 화웨이 메이트9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스마트폰 글로벌 톱10 기업 가운데 7곳이 중국 업체고, 이들 브랜드를 합한 세계 시장점유율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LG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가 인도, 유럽, 남미에 이어 미국 프리미엄폰 시장에 본격 상륙하면 삼성전자 등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화웨이, 애플 턱밑까지 추격

'가성비의 힘' 중국 스마트폰, 세계시장 절반 장악
1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회사들은 2015년 2분기 39%, 2016년 2분기 4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별로는 화웨이(10.5%), 오포(8.4%), 비보(6.6%), 샤오미(6.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22.0%)와 애플(11.2%)은 지난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지켰지만 두 회사를 합한 점유율은 33.2%로 작년 같은 기간(34.5%)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화웨이와 신흥강자인 오포·비보 등이 이끌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P10과 메이트9 등의 인기로 점유율을 10.5%까지 늘렸다. 2위 애플과의 격차는 0.7%포인트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오포와 비보는 지난 2분기에 33%, 45%씩 판매량을 늘리며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오포는 스마트폰 신제품 R11, 비보는 X9S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점유율 추락으로 고전한 샤오미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중가 스마트폰 ‘미6’와 저가폰 ‘홍미노트4X’ 등을 앞세워 232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어난 규모다.

◆인도 시장도 중국이 점령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앞세워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있다. 오포 등이 대표적이다. 오포의 프리미엄폰 R11의 가격은 3499위안(약 58만원)으로, 애플 아이폰의 최저가 모델인 아이폰SE 16기가바이트(GB) 모델(약 56만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R11은 128GB 메모리에 5.5인치 초고화질(UHD) 디스플레이, 1600만 화소 카메라 등 성능은 최상급이다.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은 개선된 기술력으로 ‘짝퉁’ 오명도 벗고 있다. 비보는 스마트폰용 5배 광학줌 카메라,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 등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해왔다.

오포와 비보 등은 세계 2위 휴대폰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현지 유통망을 늘리며 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오포·비보·샤오미·레노버 등의 인도 합산 점유율은 지난 2분기 삼성전자(24.1%)를 크게 앞서는 44.6%까지 치솟았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4.6%에 달하는 730억위안(약 12조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화웨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남미에 이어 내년 초에는 미국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은 “화웨이가 AT&T와 손잡고 역대 처음으로 미국 이동통신사를 통한 스마트폰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는 이제 본토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