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서울지검 2차장(왼쪽), 한동훈 서울지검 3차장
박찬호 서울지검 2차장(왼쪽), 한동훈 서울지검 3차장
전국 최대 규모의 지방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 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에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44·사법연수원 27기)이 임명됐다. 공안 수사를 책임지는 2차장은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51·26기)이 맡게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대거 중앙지검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가 앞세운 적폐청산 본격 수사를 앞두고 관련 수사팀의 진용을 마무리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하반기 검사 정기 인사’를 오는 17일자로 단행한다고 10일 발표했다. 통상 검찰 중간 간부 인사는 매년 1월에 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반년이 지나 이뤄졌다.

부정부패, 공직비리, 대기업 등 굵직한 수사를 지휘하는 중앙지검 3차장에는 한 팀장이 발탁됐다. 전임 이동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22기)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다. 이례적인 ‘기수 파괴’ 인사라는 평가다.

한 신임 3차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2015년에는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맡아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작년에는 박 특검팀에 참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수사해 구속 기소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공안 사건을 지휘하는 중앙지검 2차장을 ‘특수통’인 박 부장이 맡은 것도 파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추가 수사를 앞두고 새롭게 진용을 꾸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모두 ‘특수통’이 맡게 됐다. 앞서 지난달 내정된 윤대진 1차장(53·25기)도 주로 특수부에서 근무했다. 1차장과 3차장 모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사건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대거 영전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3차장을 비롯해 중앙지검 특수부 4개 부서 중 신자용 1부장(28기), 양석조 3부장(29기), 김창진 4부장(31기) 모두 특검팀 출신이다. 특검팀에 파견된 이복현, 박주성, 배문기, 조상원 검사(이상 32기)도 모두 중앙지검 부부장으로 임명됐다. 윤 지검장은 특검팀에서 수사를 총괄했다. 또 2013년 윤 지검장과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를 하다 좌천된 검사들도 중앙지검 공안부에 전면 배치됐다.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30기)과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30기)가 각각 공안2부장과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복귀했다.

반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19기)과 엮인 검사들은 좌천됐다. 지난해 우 전 수석의 ‘황제조사’로 논란을 빚은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27기)은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장으로 전보됐다. 최근 발견된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서’ 작성자인 이영상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29기)은 대구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중앙지검 요직으로 갔던 법무부 검찰국 과장들도 서울중앙지검에 발령받지 못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