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재정지출이 앞으로 50년간 추가로 140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면서 이르면 10년 후부터 본격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 세입은 5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장기 재정 관리가 시급한데도 새 정부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각종 복지정책을 잇따라 쏟아내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화의 그늘… 50년간 재정지출 140조 늘어난다
◆“재정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고”

한국은행은 2009~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2016년부터 2065년까지 인구구조 변화로 연평균 약 2조8000억원의 재정지출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10일 추산했다. 경제가 매년 1% 성장하고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다. 물가 상승은 없는 것으로 봤다.

항목별로 보면 고령화 영향으로 건강과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회보호·보건 부문에서 매년 평균 5조6000억원의 지출 증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교육 지출은 15세 미만 인구 감소 등으로 연평균 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일반 공공서비스 등 기타 부문 지출 역시 매년 2조3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65세 인구 비중(13.5%)이 15세 미만 인구(13.4%)를 추월했다. 2026년에는 총인구 중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가파른 고령화로 재정지출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재정수입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세를 제외한 세입은 2015년 기준 약 170조원에서 2065년에는 123조원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50년 새 약 28%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송호신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인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6.8%, 20년 뒤에는 17.8%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일본 등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주요 7개국(G7)보다 세율이 낮아 고령화에 따른 세수 감소 폭도 더 클 수 있다.

◆취업인구 급감…“일할 사람이 없다”

이르면 10년 후부터 본격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은은 2050년 경제활동인구가 현재보다 13%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2811만 명이던 경제활동인구가 2050년엔 2449만 명으로 362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업인구와 총근로시간 역시 현재의 88%, 8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인력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노동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별·연령별로 경제활동참가율, 취업률, 노동시간, 노동생산성 등 노동공급지표가 지난해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앞으로 10~15년 후인 2030년부터는 노동 부족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부 정책이 노동 부족에 따른 충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년층의 은퇴시기 연장,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 축소, 청년실업 감소 등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인구는 각각 현재의 92%, 총노동시간은 87%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