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정지기간 긴 원전 줄면서 필요 예비설비도 감소"
신재생 발전기 45.4GW 더 지어야…"전력요금 인상 가능성 작아"


발전소 고장 등 예상하지 못한 비상상황에 대비해 추가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적정 설비예비율'이 원전 2기 전력량만큼 낮아질 전망이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브리핑을 열고 8차 수급계획에 담길 설비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심의위는 2030년 적정 예비율을 20~22% 수준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중장기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15년 단위의 계획을 2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기존 7차 수급계획의 적정 예비율은 22%로, 8차 수급계획에서는 적정 예비율이 최대 2%p(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예비율이 1%p 하락할 때마다 1GW 규모 발전소 1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발전소에 따라 원전 1기(4조5천억원), 석탄 1기(2조원), LNG 1기(1조4조원) 상당의 건설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고 심의위는 설명했다.

적정 설비예비율은 발전소의 정비나 고장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최소 예비율'과 수요 변동이나 발전소 건설지연 등에 따라 필요한 '수급 불확실 대응 예비율'로 구성된다.

8차 수급계획에서 예비율이 낮아진 이유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체 발전원 구성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소 예비율은 발전소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LNG발전은 예방정비와 고장 정지 등으로 1년의 약 12%인 44일 동안 가동이 정지되지만, 원전은 1년의 약 20%인 76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

원전이 가동 정지될 상황에 대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예비율이 LNG보다 많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을 덜 지으면 예비발전소가 감소하고 필요 예비율도 낮아지는 것이다.

또 7차 수급계획 때는 수급 불확실에 대비한 예비율을 매년 같은 비율로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차등했다.

이는 먼 미래를 내다볼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단기간일수록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 8차 수급계획 초반에는 불확실성 예비율을 낮게 잡고 시간이 지날수록 예비율을 높인 것이라고 심의위는 설명했다.

심의위는 정부 목표대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려면 올해 17.2GW 수준인 신재생이 2030년 62.6GW(태양광·풍력은 7.0GW→48.6GW)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45.4GW 규모의 신재생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인용한 2015년 미국 원자력협회(NEI) 자료에 따르면 1GW의 발전설비를 구축하려면 태양광은 44㎢, 풍력은 202㎢의 부지가 필요하다.

앞으로 필요한 41.6GW를 태양광만으로 지을 경우 약 1천830㎢의 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자료인 만큼 태양광의 기술 발전 속도와 지형 등 우리나라 특수성에 따라 필요한 면적은 다를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48.6GW 중 실제 계획에 반영되는 것은 5GW 정도라고 심의위는 설명했다.

과거 발전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태양광은 설비용량의 15%, 풍력은 2%만큼만 반영했다.

심의위는 이렇게 신재생 발전소를 더 지어도 탈원전·석탄 정책으로 줄어드는 발전용량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5~10GW의 LNG 발전설비를 새로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폐지를 결정한 노후석탄화력발전 10기와 신규 원전 6기만큼의 용량을 빼고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추산한 것이다.

심의위는 신고리 5·6호기(2.8GW)는 아직 중단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새로 필요한 발전설비를 5~10GW로 여유있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위 위원장을 맡은 김진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신재생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요금 인상요인이 거의 없어 요금 인상 가능성은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비중을 줄이려는 원전과 석탄은 사회·환경 비용 등 숨은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면 원가가 올라가지만 LNG는 시장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고 있는 데다 그동안 과도하게 부과했던 연료 세제가 완화되면 발전단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의 경우 설비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원가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 전력수요는 지난 7월 13일 발표한 101.9GW로 7차 수급계획의 113.2GW보다 11.3GW 감소했다.

전력수요를 낮게 전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GDP)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차 수급계획 당시 GDP 성장률은 연평균 3.4%였지만, 이번 8차에서는 2.5%로 낮아졌다.

심의위는 전력수요 전망 발표 이후 정부의 GDP 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점과 4차 산업혁명과 전기레인지·건조기 등 가전제품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 등을 고려해 수요전망을 재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