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 경기진행요원들은 김지영(21·올포유)이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긴장 모드에 들어간다. ‘조용히(quiet)’라고 쓴 푯말을 들기도 전에 이미 티샷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티 꽂기에서부터 스윙까지 10초면 충분하다. 잠깐 한눈을 팔다 매력 만점 번개 스윙을 놓친 갤러리들이 ‘언제 쳤대?’라며 놀라곤 한다. 이 화끈한 ‘전광석화’ 스윙으로 그는 지난 5월 NH투자증권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두 번의 준우승 끝에 손에 쥔 감격의 생애 첫 승.
손목을 사용하면(왼쪽) 퍼팅의 일관된 속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작부터 끝까지 손목 각도를 최대한 유지(오른쪽)해야 거리와 방향감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이관우 기자
손목을 사용하면(왼쪽) 퍼팅의 일관된 속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작부터 끝까지 손목 각도를 최대한 유지(오른쪽)해야 거리와 방향감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이관우 기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기 전 코스 공략 구상을 모두 끝내요. 그다음엔 본능에 맡기는 거고요. 안 그러면 잡생각이 비집고 들어와 샷을 흔들거든요.”

지독한 입스를 겪은 뒤 굳어진 그만의 루틴이다. 국가대표 주장으로 활약했던 2014년의 일이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앞두고 부담이 너무 컸나 봐요. 알고 있던 스윙메커니즘이 갑자기 백지상태가 된 거예요. 언더파를 쳐도 시원찮은 국대(국가대표)가 90타를 쳤으니 말 다했죠.”

퍼팅 입스가 극심했다. 백(back) 스트로크조차 힘겨웠다. 게으른 탓이라고 자책하며 하루 10시간씩 울면서 연습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대표선발전에도, 프로 시험에도 낙방했다. ‘골프 포기’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차에 만난 한 코치로부터 ‘역그립(왼손을 오른손보다 아래로 내려 잡는 그립)’을 배운 게 반전이었다.

[그녀들 원샷 원킬 족집게 레슨] 김지영 "퍼트 스트로크는 '시종일관' 똑같은 속도로"
“손목을 확실히 덜 쓰게 되면서 퍼팅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퍼팅이 잡히니까 드라이버는 물론 아이언까지 어느새 돌아왔고요.”

손목을 너무 많이 썼고, 스트로크 속도가 그때그때 다 달랐다는 게 문제였다. 당연히 거리도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퍼팅도 전광석화다. 한 번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퍼팅 스트로크에 들어간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일정한 속도, 즉 균속(均速) 유지다.

급가속도 문제지만, 브레이크를 거는 감속이 더 큰 문제다. 손목 움직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건 스트로크 순간 떠오르는 머릿속 잡생각이 원인이다. 김지영은 “백 스트로크와 다운 스트로크, 폴로스루 때의 속도를 일정하게 하겠다는 단순한 목표 하나에 집중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퍼터 헤드 무게가 관성의 힘을 얻어 손목을 이끌면 그대로 놔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손목에 힘을 빼야 한다. ‘통통’ 때리는 듯한 박인비식 탄력 임팩트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그는 샷 실수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실수에서 소득이 더 많다는 확고한 믿음에서다. “삼천리 대회에서 커트탈락한 뒤 정말 많이 깨달았어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집착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 거죠.”

이후 ‘일단 후려치고 보는’ 샷에서 헤드 무게를 느끼는 고감도 스윙으로 스스로 스윙을 교정하기 시작했고, 우승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그의 스윙 교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올 시즌 목표는 3승이다.

“손에 들어간 힘을 더 빼야 해요. 헤드 무게를 더 느껴야 하고요. 아! 그렇다고 화끈한 제 스타일을 버리진 않을 거예요.”

김지영 프로는

▷1996년 3월6일 청주생
▷봉정초-이포중-영동산업과학고-용인대
▷초등학교 6학년 골프 입문
▷2014년 국가대표
▷2016년 KLPGA 1부 투어 데뷔
▷2017년 5월 NH투자증권챔피언십 우승
▷취미:자전거 타기
▷특기:스킨스쿠버
▷별명:뮬란

청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