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표현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할 수 없도록 한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청구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도요 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4) 등 네 명이 국보법 7조 1항과 5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11일 밝혔다.

1991년 5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전제조건이 추가되면서 법이 일부 개정된 뒤 여덟 번째 위헌법률심판이다. 앞서 이뤄진 일곱 차례 심판에서는 모두 합헌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9 대 0으로 시작된 위헌심판이 시간이 지나며 2015년 결정에서는 6 대 3으로 변했다”며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 4월30일의 마지막 위헌심판 당시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이 헌재 소장 후보인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씨 등은 2006년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네 건의 이적표현물 문서파일을 전송받은 뒤 이듬해 1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배포한 혐의로 6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조항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선전에 동조하거나,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현물을 배포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우리 헌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 보호가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하려는 국제법이 요구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고 제청 결정 이유를 밝혔다.

김 판사는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재판규범으로 헌법과 함께 유엔이 1966년 채택한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꼽았다. 김 판사는 “해당 조항에 규정된 행위는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주관적”이라며 “헌법과 이 규약에서 규정한 표현·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