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국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은 매월 20% 이상 등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를 거쳐 판매하는 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LPG는 국내 사용량의 70%를 수입해 그대로 판매하기 때문에 수입 원가가 판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5인승 이하 다목적차량(RV)에도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LPG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100달러 이상 뛰었다가 한달 만에 200달러 급락…국제 LPG 가격, 이거 실화냐?
◆LPG값 결정 구조는…

11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8월 국제 LPG 가격(차량용 부탄가스 기준)을 전달 t당 365달러에서 95달러(26%) 인상한 460달러로 결정했다. 같은 기간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47.57달러에서 51.62달러(8월10일 기준)로 4.05달러(8.5%) 오르는 데 그쳤다.

SK가스와 E1 등 국내 LPG 공급사들은 아람코의 국제 LPG 가격을 기반으로 환율과 세금, 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매달 국내 LPG 가격을 결정한다. 아람코의 일방적인 가격 통보에 국내 LPG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선박을 통해 수입해오는 기간이 2~3주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이달 국제 LPG 가격 상승으로 다음달 국내 LPG 가격은 ㎏당 80~90원가량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국내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아람코가 어떤 방식으로 매월 국제 LPG 가격을 책정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두바이유가 뉴욕상업거래소와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매일 거래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반면 LPG는 원유에 비해 수요가 적어 국제 거래 시장이 없다.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아람코가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유다.

국제 LPG 가격은 매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월 t당 495달러였던 국제 LPG 가격은 한 달 만에 600달러로 100달러 이상 껑충 뛰었다가 6월에는 390달러로 200달러 넘게 급락했다. 이 기간 국제 유가 변동폭은 배럴당 3~4달러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지역 LPG 공급을 50% 가까이 독점하고 있는 아람코가 유가 하락분을 LPG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LPG차 확대에 영향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국제 LPG 가격이 5인승 이하 RV의 LPG 연료 허용으로 모처럼 맞은 LPG차 보급 확대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휘발유와 경유보다 저렴한 LPG의 장점이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들쑥날쑥한 국제 LPG 가격 탓에 국내 LPG 가격은 휘발유와 경유에 비해 변동폭이 큰 편이다. 올 들어 지난 1일까지의 충전소 LPG 가격 변동폭은 최고 14.1%로 L당 106원에 달한다.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6.3%인 경유(77.69원)와 5.4%인 휘발유(78.03원)의 두 배를 웃돈다.

LPG 연료 사용 규제 완화로 LPG차가 늘수록 국제 LPG 가격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LPG 수율(재료 투입 대비 완제품 비율)은 휘발유(11%)와 경유(28%)에 비해 낮은 4%에 그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 LPG 공급사 관계자는 “국내 LPG 가격 변동폭을 최소화해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