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일 39.76포인트(1.69%) 떨어진 2319.71에 장을 마쳤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코스피지수가 11일 39.76포인트(1.69%) 떨어진 2319.71에 장을 마쳤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파랗게 질렸다.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고 공포에 쫓긴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최근 사흘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는 돈을 빼갔다.

증시 외국인자금 사흘새 1조 이탈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204.69포인트(0.93%) 떨어진 21,844.01에 거래를 마쳐 사흘째 하락했다. 화염, 종말, 파멸, 괌 포위 등 서로를 겨냥한 ‘말 폭탄’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경고가 약했던 것 같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자 하락폭은 더 커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45%)와 나스닥지수(-2.13%)도 하락 마감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만에 44.64% 폭등(16.07)하며 지난 5월18일(16.30) 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돈은 안전자산으로 향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10일(현지시간) 전날보다 온스당 10.80달러(0.8%) 상승한 1290.1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6월7일 이후 두 달여 만의 최고치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산의 날’을 맞아 휴장한 일본 증시만 포화를 피해갔다. 11일 홍콩(-1.94%) 중국(-1.63%)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9.76포인트(1.69%) 하락한 2319.71에 장을 마쳤다. 지난 8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오전 한때는 2%까지 추락하면서 231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장 시작부터 ‘팔자’로 출발한 외국인은 매도 규모를 점차 늘리며 587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하루 매도 규모로는 올 들어 가장 많았다. 2015년 8월24일(7238억원) 후 약 2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최근 사흘간 외국인 순매도 금액만 1조67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업종 불문’이었다. 시가총위 상위 10개 종목 중 ‘빨간불’(상승)이 들어온 종목은 네이버(0.13%)가 유일했다. 삼성전자(-2.79%)와 SK하이닉스(-4.66%)를 비롯해 현대자동차(-2.07%) 신한지주(-4.15%) 등에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채권시장에서도 국채 선물을 대량 순매도했다. 3년 만기 국채 선물 1만784계약(액면가 1조784억원어치)과 10년 만기 국채 선물 2621계약(2621억원어치)을 내다팔았다. 3년 만기 국채 선물은 8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금리)은 이날 오후 4시 해외시장에서 전날 종가(0.6307%포인트)보다 0.06%포인트가량 상승한 0.6979%포인트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 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를 열어 북한의 도발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원·달러 환율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원50전 오른 달러당 1143원50전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윤정현/하헌형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