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에 포위당했다.”

중국의 입법기구 최고위급 관료가 부동산 거품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중칭(尹中卿)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은 이날 연설을 통해 “당국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자가 누리는 부당한 이득이 중국 경제에 피를 흘리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에 포위당했다"…강력 경고한 당국
◆부동산에 기댄 경제 성장

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은 경제·금융 관련 입법 실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인 부주임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지나치게 번성해 지방정부뿐 아니라 금융기관조차 납치해버렸다”며 “이는 실물 경제의 발전을 해치고, 자산 거품을 계속 부풀리며, 부채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양호한 성적을 냈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주택 판매량과 건설 물량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6월까지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투자는 중국 내 40개 업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인식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약 10%였지만 현재는 3분의 1 수준에 육박한다. 문제는 부동산 투자 과열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2%다. 멕시코와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 다른 신흥국 수준을 넘어섰다.

◆좀체 잡히지 않는 부동산 가격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2·3선 도시로까지 번지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나서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다. 작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60여 곳의 도시에서 160여 차례 대응책을 내놨다. 새로 분양하는 주택은 한 채만 살 수 있도록 하고, 두 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는 계약금 비율을 높이고 대출 비율은 낮췄다.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도 제한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좀체 안정되지 않고 있다. 6월 중국 주요 도시 70곳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 대비 0.7% 상승했다. 70개 도시 중 6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10.4%)에 비해선 다소 둔화된 수치지만 규제 규모와 강도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지난달 기준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30위권에 들어가려면 매출 350억위안(약 5조9900억원)가량을 올려야 한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78%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 과열 억제가 우선

올가을 열릴 예정인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사회 안전성을 해친다는 우려에서다. 인 부주임은 “현재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부동산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토지거래 규제와 부동산 보유세 도입, 통일된 부동산 등기제 시행 등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부 은행은 첫 주택 구매에 적용하는 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부동산 억제 정책은 두 번째 주택 구매에 집중됐다.

당국은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 프로젝트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항저우시 정부는 ‘스마트 주택 임대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장기 임대주택, 부동산 중개 및 개인 주택 임대 등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중국 부동산 임대시장은 가짜 매물, 고의적 계약 파기, 중개인의 자질, 실제 매물과 다른 과대 광고, 월세를 반년 혹은 1년 단위로 내도록 하는 집주인의 ‘갑질’ 등 크고작은 문제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임차를 꺼리고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