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시장의 새로운 바람 '타깃데이트펀드'
무더위가 한창인 8월은 대부분 직장인이 휴가를 떠나 재충전하는 시기다. 어디로 휴가를 갈지,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고 숙소나 교통편을 예약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먼 훗날을 위해 10~30년 이상 투자하는 연금상품을 위해선 얼마의 시간을 투입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휴가 계획을 위해 평균적으로 3.8시간을 사용하지만 연금상품 투자를 위해서는 평균 2.1시간을 사용한다고 한다. 연금은 장기상품이라 훨씬 큰 금액을 투자하는 의사결정인데도 더 적은 시간을 투입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재테크 강의에서 만나게 되는 퇴직연금 가입 직장인 중 상당수는 펀드의 선택과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골치 아프고 회사 일도 바쁘다 보니 거의 신경 쓰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한국 역시 연금의 투자 상품 선택을 위해 사용하는 평균 시간은 많지 않을 것 같다.

2015년 말 금융위원회의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방안’ 발표에 따르면 개인연금(저축, 신탁, 보험) 및 퇴직연금 등 사적 연금을 활용하는 금융소비자 가운데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이용하는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가입자 스스로 적극적 자산 운용을 포기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는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 및 자산 운용 방식을 조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가입했지만 적극적인 자산 운용을 포기한 투자자라면 은퇴 시점만 선택하면 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상품은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으로 삼아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주는 자산배분펀드다. 미국에선 작년 말 기준 운용 규모가 1000조원을 넘을 정도로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도 최근 소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TDF에 302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연금 시장의 새로운 바람 '타깃데이트펀드'
자산운용사들은 은퇴 시점에 따라 다양한 TDF 상품을 내놓고 있다. 펀드 이름에 쓰이는 2025, 2030, 2035 등 숫자는 목표 은퇴 시기다. 운용사들이 내놓은 상품들은 운용 방식이나 투자 비중, 수익률 등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장기간 투자되는 연금상품이기 때문에 펀드 수수료와 보수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운용사별 수수료 차이가 당장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복리효과를 고려하면 차이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TV가 주요 운용사들의 TDF 상품에 2045년까지 27년간 매달 30만원씩을 투자해 연 4% 수익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펀드에 들어간 비용이 운용사별로 많게는 1000만원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용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재무설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