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국내 한 게임회사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블루홀이 구애의 대상이다. 텐센트는 블루홀로부터 경영권 인수나 유상증자 제안을 거절당하자 국내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인수에 나섰다.

13일 VC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최근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VC들을 접촉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블루홀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등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VC는 이미 보유 지분 매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홀 지분은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이 20%, VC들이 15%가량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액주주가 갖고 있다. 블루홀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주당 약 21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VC들이 보유한 지분 전체를 인수하면 텐센트의 투자 규모는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설립된 블루홀은 2011년 4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온라인 게임 ‘테라’를 개발했고, 첫 성공을 발판삼아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키며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났다. 유저가 총을 들고 적을 소탕하는 방식의 1인칭 슈팅게임(FPS)인 배틀그라운드는 4월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며 4개월 만에 타이틀 600만 장이 팔렸다.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북미, 유럽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텐센트는 블루홀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꾸준히 경영권 인수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측이 거부하자 최근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자금 투자를 제안했다.

블루홀은 이 제안 역시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끌면서 영업 현금흐름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텐센트는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VC들의 주당 인수가가 1만~3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0배 넘는 투자 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김태호/이지훈/이동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