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누비는 아시아 피아니스트 한자리에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피아니스트 10여 명의 연주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펼쳐지는 ‘피스&피아노 페스티벌’이다.

2011년 시작돼 올해로 4회를 맞은 이 축제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주최로 2년에 한 번씩 홀수 연도에 열리는 국내 유일의 단일악기 전문 페스티벌이다. 이번 무대에는 ‘아시안 하모니’를 주제로 당 타이 손, 장 주오, 김정원, 박종훈 등 다양한 색채를 지닌 아시아 유명 아티스트가 대거 오른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무대는 다음달 3일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베트남 출신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의 공연이다. 그는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에서 1980년 동양인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준다. 김대진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이 함께 연주한다. 당 타이 손은 “나의 주요 레퍼토리 중 최고의 작품들로 선정했다”며 “쇼팽의 협주곡 2번은 순수한 사랑의 감정과 고통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고 라벨의 작품은 왼손을 다른 작품보다 강하게 연주해야 해 연주자의 역량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201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로 입상한 중국의 신예 피아니스트 장주오는 29일 무대에 오른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기교를 펼쳐 보일 수 있는 베토벤의 ‘창작 주제에 의한 32개의 변주곡’,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9번’ 등을 연주한다.

국내 연주자로는 김정원과 박종훈 등이 무대에 오른다. 김정원은 25일 개막 리사이틀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브람스의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 슈만의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 등으로 그만의 감성적이고 섬세한 선율을 선보인다. 박종훈은 부인인 피아니스트 치하루 아이자와와 28일 ‘컬래버레이션 스테이지’를 꾸민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종훈은 “한국 음악가가 열정적이라면 일본 음악가는 단정한 느낌이 있다”며 “서로 다른 성향이 어울려 새로운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31일엔 한국의 한지호, 중국의 레이첼 챙, 일본의 가나 오카다가 한 무대에 올라 화합의 공연을 펼친다. 라흐마니노프의 ‘여섯 개의 손을 위한 왈츠와 로망스’, 그레인저의 ‘두 대의 피아노, 여섯 개의 손을 위한 영국 춤곡’으로 피아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화려하고 독특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