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정불안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도 군사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남미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네수엘라를 위한 많은 옵션이 있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군사옵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아주 멀리 있는 곳까지 세계 곳곳에 군대가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 나라 국민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고 제헌의회를 소집한 것에 야당 지지자들이 강력 반대하면서 유혈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타도할 것인지 묻는 말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이 어떤 군사행동을 취할 것인지, 대통령의 권한으로 일방적으로 군사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개입 검토 발언은 과거 100년 동안 베네수엘라에 반대해 취해진 가장 지독한 호전적 행위”라며 격렬히 반발했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후퇴에 반대해온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도 우려를 나타냈다.

메르코수르는 순번 의장국인 아르헨티나 외교부를 통해 밝힌 성명에서 “대화와 외교적 노력만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추방하기로 한 페루를 비롯해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콜롬비아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이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