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왼쪽)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여름밤 눈조각전’에서 한 직원의 작품을 감상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보라 기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왼쪽)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여름밤 눈조각전’에서 한 직원의 작품을 감상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보라 기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낮부터 냉동물류차에서 성인 키만 한 1.5t짜리 눈덩이 300여 개가 차곡차곡 내려졌다. 이 눈덩이는 광장의 역사물길 700m를 따라 일정 간격으로 설치됐다. 꽁꽁 언 눈덩이는 오후 6시부터 600여 명의 손을 통해 화려한 눈 조각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한여름밤 눈 조각전’을 통해 조각가로 변신한 이들은 모두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이다.

한여름 광화문광장을 ‘겨울왕국’으로 기획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74)은 “과자산업의 본질은 ‘놀이’이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게 과자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이 같은 행사를 기획했다”며 “찌는 듯한 더위 속 눈 축제를 많은 시민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워터슈즈에 반팔, 반바지 차림을 하고 눈 조각 앞에서 일일이 사진을 찍는 등 임직원과 하나가 돼 행사를 즐겼다. 완성된 눈 조각에는 해가 진 뒤 화려한 조명이 더해졌고, 행사는 밤 12시까지 이어졌다. 더위를 잠시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 시민들은 늦은 밤까지 행사장에 몰려들었다.

이번 조각전의 주제는 ‘평화’와 ‘광복’이었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평화’ ‘음악의 탑’ ‘신이시여’ 등 광복절에 대해 고민한 각각의 작품이 완성됐다.

윤 회장과 임직원은 이날 행사를 위해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다. 강원 지역 직원들은 수년째 폭설이 내릴 때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찾아 ‘눈 조각’을 하는 봉사를 펼쳤다. 겨울이면 전 직원이 눈 조각전을 펼쳤고, 이 중 입상한 직원들은 중국 하얼빈 빙설제와 일본 삿포로 눈축제 등의 관람 기회를 가졌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전문 조각가로부터 눈 조각 교육도 받았다. 이번 행사에 사용된 눈덩이는 지난 겨울 경기 양주시 송추 계곡의 청정수로 만들어졌다.

윤 회장은 눈 조각전 외에도 평소 ‘아트 경영’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 중 절반 정도는 붓글씨, 조각, 음악, 운동 등 자기계발에 쓰라고 강조해왔다. 해마다 직원들과 100인의 판소리, 가곡, 시조 떼창이나 궁중무용 등을 공연하면서 ‘예술 지능’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그는 “과자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조각을 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닮았다”며 “과자가 없으면 못 살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의 향수와 꿈,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여름철 대규모 눈 조각 전시회로 한국기록원(KRI)에 의해 한국 최고, 최초 기록으로 인증됐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여름철 단일 장소 최다 눈 조각작품 제작 및 전시’ 부문 세계 최고 기록 인증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300여 개의 눈 조각은 다음날인 13일까지 전시돼 자연스럽게 녹아내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