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손대는 공간마다 '핫 플레이스'로
‘디제잉바와 소공연장을 갖춘 수제맥주 펍(파워플랜트), 일본 교토의 유명 소고기 커틀릿 전문점(교토규카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밀크티 가게(카페진정성), 홍대앞에서 입소문 난 워터 에이징(숙성) 돼지고기집(삼육공).’

이태원 경리단길이나 홍대앞 맛집 골목 얘기가 아니다. 서울 여의도 SK증권빌딩(K타워) 지하 2층~지상 2층에 한꺼번에 들어서는 유명 맛집들이다. ‘디스트릭트Y’라는 이름으로 오는 25일 문을 여는 이 공간은 손창현 오버더디쉬(OTD) 대표(40)가 개발 및 운영을 통째로 맡았다. 국내에 맛집 편집숍을 의미하는 ‘셀렉트 다이닝’ 개념을 소개하며 최근 식음료(F&B)와 부동산개발 업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남자가 손대는 공간마다 '핫 플레이스'로
셀렉트 다이닝은 공간의 특징과 방문객들의 성향에 맞춰 맛집을 ‘큐레이팅’해 입점시키는 일종의 푸드코트다. 손 대표는 광화문 D타워의 ‘파워플랜트’, 스타필드 하남의 ‘마켓로거스’ 등을 성공시키며 셀렉트다이닝 전도사이자 식음료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부상했다.

이 남자가 손대는 공간마다 '핫 플레이스'로
그는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석사 시절 1년간 교환학생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며 셀렉트 다이닝에 눈떴다. 항만 터미널 하역장 건물에 트렌디한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서자 버려졌던 공간이 ‘핫’한 상권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맛집 브랜드를 잘 모아 공간을 재창조하면 도시 재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졸업 후 딜로이트 부동산 재무자문, AM플러스 상업시설개발·운영팀, 삼성물산 개발사업본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4년 독립해 OTD를 창업했다. 서울 자양동 스타시티 빌딩 건물주로부터 ‘건물 3층의 800㎡(약 250평) 공간을 활성화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다. “오락실이 폐업한 지 3년이 넘도록 비어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건국대가 인근에 있고 롯데시네마도 가까워 주머니가 얇은 대학생, 젊은 직장인을 타깃으로 숨은 맛집들을 모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맛집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셀렉트 다이닝 개념이 생소했던 탓이다. 잘나가는 가게 사장들에게 ‘2호점을 내자’고 제안하면 사기꾼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전국 5대 짬뽕 중 하나로 꼽히는 ‘교동짬뽕’, 강남에서 소문난 타코 맛집 ‘도스타코스’ 등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오버더디쉬 1호점은 곧 지역 명소가 됐다.

여세를 모아 이듬해인 2015년 10월 광화문 D타워에 양식 편집숍 파워플랜트를 열었다. 초기에는 파리만 날렸다. 직원들이 길거리에서 할인 쿠폰을 나눠주며 겨우 버텼다. 하지만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는 데는 2개월 정도면 충분했다. 가로수길과 이태원의 유명 피자집, 버거집이 한곳에 모여 있고 수제맥주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같은 해 말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단일매장 기준으로 전국에서 수제맥주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OTD는 오버더디쉬와 파워플랜트의 잇따른 성공에 힙입어 디저트 편집숍 ‘헤븐온탑’, 신선한 지역 농산물 위주의 가족식단을 파는 ‘마켓로거스’, 남유럽 음식 전문점 ‘소년서커스’ 등의 맛집 편집매장을 전국 17개 건물에 입점시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180억원을 넘어선 회사 매출은 올해 5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 고수’로 알려진 장덕수 회장의 DS자산운용, 홍콩계 투자회사 오티엄캐피털, 대상그룹 계열 UT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약 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여의도 디스트릭트Y는 건물의 상업(리테일) 시설 개발 및 운영을 통째로 맡았다는 점에서 손 대표가 한 단계 더 도약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손 대표는 “동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무직들이 가벼운 음주와 식사를 즐기기 위해 홍대나 상수, 강남 등으로 이동한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여의도의 이름을 딴 디스트릭트Y를 시작으로 디스트릭트M(명동) 등 2, 3호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맛집을 한데 모으고 섞고, 배치하는 것만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공간에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손창현 OTD 대표

딜로이트 부동산 재무자문, 삼성물산 부동산 개발부 거쳐 2014년 외식벤처 OTD 창업

김대훈/김태호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