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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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퇴출 위기에 놓였고, 신규 상장한 업체는 외면을 받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 등에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23개 가운데 10개가 이미 자진폐지·상폐됐거나 퇴출 위기에 놓였다.

완리중국원양자원은 상폐 직전까지 몰렸다. 완리와 중국원양자원이까지 상폐되면 국내 증시에 상장했던 23개 중국 기업 중 이름을 내린 기업은 10개가 된다. 2011년 코웰이홀딩스(자진폐지)를 시작으로 연합과기, 성융광전, 중국고섬 등이 퇴출을 당했다.

완리는 지난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고, 상폐 이의신청을 통해 지난 11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이 회사는 오는 23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보름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을 거쳐 최종 상폐 여부가 결정된다.

허위공시를 냈던 중국원양자원 역시 비슷한 처지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으나 재감사보고서에서도 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신한회계법인은 중국원양자원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한회계법인은 "(부정거래와 허위공시) 중대한 부정위험이 회사의 내부통제에 대한 유효성,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 감사증거의 전반적인 신뢰성과 정확성에 미칠 영향과 범위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경영자에 대한 중대한 부정위험으로 회사의 재무제표가 변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원양자원은 오는 22일까지 개선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심의요청이 이뤄지면 보름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에서 최종 상폐 여부를 판단한다.

위기는 새로 상장한 중국 기업도 겪고 있다. 화장품 원료업체인 컬러레이는 올해 첫 국내 상장 중국업체였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달 말 진행했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결과, 28만주 모집에 경쟁률은 0.73대 1에 그쳤다. 이후 공모가는 희망 범위 3800~5800원 최하단인 3800원에 결정됐다. 상장 시초가는 그 공모가마저 밑돌았다. 장중 18% 넘게 빠지며 310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컬러레이는 상장 직후 2분기 호실적과 배당 확대 결정을 발표했다. 중국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결 순이익 중 20%를 현금 배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재성 소식의 효과는 길지 않았다. 주가는 이튿날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며 3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는 컬러레이 외에 대여섯개의 중국 기업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육류가공 및 저장처리업체인 윙입푸드는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까지 제출,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다. 중국 우롱차 1위 업체로 알려진 경방차업이나 통얼디테크놀로지홀딩스 등도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 계약을 맺고 절차를 협의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대한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면서 쌓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단시일 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량기업들이 상장하고, 긍정적인 선례가 확인되면 점진적으로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