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금융업종에서 시가총액 1, 2위 종목 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화장품업종 시가총액 2위 LG생활건강은 1위 아모레퍼시픽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금융업종 1, 2위 신한지주KB금융은 ‘대장주’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밀리면 끝장"… 화장품·금융 '대장주 전쟁'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따라잡나

LG생활건강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000원(0.72%) 하락한 96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약세였지만 지난달 11일 기록한 전 저점(91만6000원·종가 기준)보다는 5.78%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전 거래일과 같은 28만원에 마감했다. 지난 5월19일 35만9500원에 전 고점을 찍은 뒤 22.00% 내렸다.

두 종목 간 시가총액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각각 16조3684억원과 15조1340억원이다.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의 92.45% 수준까지 추격했다. 올해 초(1월2일)엔 아모레퍼시픽이 17조8589억원, LG생활건강이 12조7599억원으로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의 71.44%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업계에선 “조만간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시장에서의 타격을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보다 훨씬 세게 받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3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97억원)보다 57.9% 급감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2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3.1% 증가한 22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1352억원으로 전년 동기(1675억원)보다 19.2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비해 LG생활건강은 3분기에 24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작년 3분기(2442억원)보다 1.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업종 ‘대장주’ 경쟁 치열

금융업종 내 대장주 자리를 놓고는 신한지주와 KB금융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윤종규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한 이후 ‘신한지주 따라잡기’에 시동을 건 KB금융은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신한지주를 넘어섰다. 9901억원의 순이익을 내 8920억원을 올린 신한지주를 2015년 1분기 이후 2년여 만에 앞질렀다.

증시에선 두 종목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초 KB금융의 시가총액은 17조8115억원으로 신한지주(21조4812억원)의 82.91% 수준이었다. 이후 KB금융 주가가 신한지주보다 빠르게 상승해 지난 6월29일 추월에 성공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KB금융이 24조1668억원, 신한지주가 23조6625억원이었다. KB금융이 시가총액 부문에서 신한지주를 넘어선 건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한동안 KB금융에 밀렸던 신한지주는 7월19일 재역전에 성공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지주는 400원(0.75%) 상승한 5만3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KB금융도 400원(0.71%) 오른 5만68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각각 25조3697억원과 23조7487억원이다.

◆“뒤처지면 죽는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 증시에선 대장주 경쟁에서 한 번 밀린 종목은 좀처럼 1등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다. 외국인 기관 등 큰손들은 업종 내 1등주를 집중 매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편의점업종에서 경쟁사 BGF리테일보다 시가총액이 앞섰던 GS리테일은 이 무렵 역전을 허용한 뒤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GS리테일의 14일 기준 시가총액은 3조1686억원으로 BGF리테일(4조3007억원)의 73.67% 수준이다.

시가총액 경쟁에서 뒤지면 롱쇼트펀드에서 유입되는 자금 수급이 꼬이기도 한다. 엇비슷한 종목을 짝 지운 뒤 고평가된 종목을 팔고(쇼트), 저평가된 종목을 사는(롱) ‘페어트레이딩’ 전략을 쓰는 롱쇼트펀드들은 업종 내 1, 2위 종목을 짝 지우는 일이 많다. 한 펀드매니저는 “실적 악화로 고평가 국면에 접어든 종목은 펀드매니저가 매도(쇼트)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