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교육보험' 추억 속 상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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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무상교육 확산 등 교육보험 가입 필요성 줄어
1970~80년대 최고 전성기…개인보험 비중 50% 달해
지금은 교보생명서 명맥만 …업계선 '어린이 보험' 집중
1970~80년대 최고 전성기…개인보험 비중 50% 달해
지금은 교보생명서 명맥만 …업계선 '어린이 보험' 집중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교육보험이 60년 만에 명맥이 끊길 상황에 처했다. 3대 대형 생보사 중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미 판매를 중단했고, 교육보험을 처음으로 내놓은 교보생명만 월 100건 수준에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중소형 생보사들도 1990년대 말부터 교육보험 판매를 점차 중단했다. 초등·중학교 무상교육화, 다양한 보장성 자녀보험 등장 등으로 교육보험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50%가 교육보험
교육보험은 1958년 처음 등장했다.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이 1958년 7월 ‘진학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학자금 마련 목적의 저축성보험을 출시했고, 뒤이어 8월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이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당시 교육보험은 나오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예정이율 연 25%에 자녀 학자금 마련까지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방생명 상품은 출시 4개월 만에 계약 건수 1만1000건을 넘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향후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생겼다”며 “재무부 지시로 1959년 3월 말에 상품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육보험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타고 1970~1980년대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초등보험, 중학보험, 고등보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개인보험시장의 50%를 차지할 정도였다.
교육보험으로 스타 설계사도 많이 배출됐다. 여성 설계사들이 여성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다. 당시 설계사들 사이엔 ‘기저귀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집은 무조건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영업 노하우가 전해지기도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왕에 뽑힌 대부분의 설계사들이 교육보험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뒤안길
1980년대 정점을 찍은 교육보험에 대한 시장 수요는 1990년대 들어 점차 줄기 시작했다. 의무교육이 중학교로 확대된 데다 경제성장으로 가구 소득이 늘면서 학비를 준비할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게 보험업계 분석이다.
종신보험과 암보험의 등장도 한몫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종신보험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판단하고 판매를 주도하면서 국내 생보사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송국현 교보생명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가장의 부재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축성보험의 메리트가 떨어진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보험 판매가 부진하자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은 2003년, 삼성생명은 2015년 말에 교육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생명과 동양생명 등 중형급 보험사들도 교육보험을 팔지 않은 지 오래다.
최근 자녀보험 관련 시장은 손해보험사들이 ‘어린이보험’으로 주도하고 있다. 질병, 상해 등을 주로 보장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과거 자녀가 많던 시절엔 교육하는 것만으로 버거웠지만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각종 질병이나 사고 등에 부모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저축성보험보다는 어린이용 보장성보험에 더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교육보험 시장을 주도해온 교보생명은 내년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새로운 교육보험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교육보험은 1958년 처음 등장했다.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이 1958년 7월 ‘진학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학자금 마련 목적의 저축성보험을 출시했고, 뒤이어 8월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이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당시 교육보험은 나오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예정이율 연 25%에 자녀 학자금 마련까지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방생명 상품은 출시 4개월 만에 계약 건수 1만1000건을 넘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향후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생겼다”며 “재무부 지시로 1959년 3월 말에 상품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교육보험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타고 1970~1980년대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초등보험, 중학보험, 고등보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개인보험시장의 50%를 차지할 정도였다.
교육보험으로 스타 설계사도 많이 배출됐다. 여성 설계사들이 여성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다. 당시 설계사들 사이엔 ‘기저귀가 빨랫줄에 걸려 있는 집은 무조건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영업 노하우가 전해지기도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왕에 뽑힌 대부분의 설계사들이 교육보험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뒤안길
1980년대 정점을 찍은 교육보험에 대한 시장 수요는 1990년대 들어 점차 줄기 시작했다. 의무교육이 중학교로 확대된 데다 경제성장으로 가구 소득이 늘면서 학비를 준비할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게 보험업계 분석이다.
종신보험과 암보험의 등장도 한몫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종신보험 시장을 블루오션이라 판단하고 판매를 주도하면서 국내 생보사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송국현 교보생명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가장의 부재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금리가 떨어지면서 저축성보험의 메리트가 떨어진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보험 판매가 부진하자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은 2003년, 삼성생명은 2015년 말에 교육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생명과 동양생명 등 중형급 보험사들도 교육보험을 팔지 않은 지 오래다.
최근 자녀보험 관련 시장은 손해보험사들이 ‘어린이보험’으로 주도하고 있다. 질병, 상해 등을 주로 보장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과거 자녀가 많던 시절엔 교육하는 것만으로 버거웠지만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각종 질병이나 사고 등에 부모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저축성보험보다는 어린이용 보장성보험에 더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다만 교육보험 시장을 주도해온 교보생명은 내년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새로운 교육보험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