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올 4분기 이후 일부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대해 모바일 D램 공급가격을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D램 가격이 단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배치되는 것이다.

중화권 경제전문 매체인 이코노미 데일리는 14일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모바일 D램 고정가격을 최대 19%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일부 제조업체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곧바로 증시는 들썩였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3700원(6.03%) 오른 6만5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0.85% 올랐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D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D램 사업도 전체 메모리사업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중화권 업체 등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에 모바일 D램 가격을 10~20%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애플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 등에 D램 공급을 집중하는 대신 중저가 스마트폰업체에는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별 반도체 제품의 가격 정책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 반도체 시장은 서버용 D램 및 고사양 스마트폰용 D램의 수요 증가로 빠듯한 수급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D램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거래 규모가 큰 대형 고객이나 서버용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물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올 연말부터 모바일 D램 가격이 단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과 배치되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은 “32Gb(기가비트) DDR3 거래 가격은 올 4분기 21달러15센트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 4분기 18달러까지 단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32Gb DDR3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D램이다. 업계 관계자는 “IHS마킷과 같은 시장조사 기관의 전망은 종종 실제 가격과 차이가 난다”며 “지금 메모리업체들이 느끼는 수급 상황은 시장 전망보다 더욱 빡빡하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