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셀트리온이라고? 결과로 말하겠다”…日시장 겨냥한 에이프로젠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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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日 허가 임박
일본서 모든 임상 단계 거친 첫 바이오시밀러
12월께 현지 판매 계획...2조원 日 시장 본격 공략
일본서 모든 임상 단계 거친 첫 바이오시밀러
12월께 현지 판매 계획...2조원 日 시장 본격 공략
“일본에서 모든 임상시험을 거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저희가 최초입니다. 일본의 1등 복제의약품 기업 니치이코(日醫工)와 손잡고 보수적인 일본 의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습니다.”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54·사진)는 경기 성남에 위치한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난달 27일 일본 후생노동성의 약사심의회를 통과했다”며 “내달 최종 허가를 받고 약가 책정 절차를 거쳐 늦어도 12월에는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프로젠이 개발한 ‘GS071(일본명 NI-071)’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이다. 에이프로젠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세 번째 국내 기업이 됐다.
지난해 6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GS071 판매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넥셀부터 시작된 우여곡절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였던 김 대표는 동료 교수 3명과 2000년 제넥셀을 설립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초파리를 이용한 유전학 분야의 대가답게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신약 개발이 주요 사업 영역이었다.
2005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세인전자를 인수하면서 제넥셀세인이라는 이름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항체 공학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던 에이프로젠을 인수했다.
김 대표는 에이프로젠을 인수하고 나서도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바이오벤처로서는 신약을 개발해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008년에는 의약품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현 에이프로젠제약의 전신인 슈넬생명과학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위기가 닥쳤다. 수익을 내는 게 급선무가 되면서 신약 개발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2009년 제넥셀세인은 한국기술산업에 매각됐다. 이듬해 한국기술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제넥셀이라는 이름은 증시에서 사라졌다.
에이프로젠과 슈넬생명과학은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모회사가 사라지자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 김 대표는 “회사를 살리려고 투자자를 찾아 국내는 물론 해외도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뛰었다”고 했다.
이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게 니치이코였다. 김 대표가 일본에서만 제약사 16곳을 찾아다닌 끝에 만난 파트너였다. 니치이코는 지분 33.4%를 받는 조건으로 에이프로젠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매출 1조6000억원으로 일본 1위 복제약 기업인 니치이코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던 때였다.
니치이코와 함께 2조원 시장 공략
니치이코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에이프로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1년 뒤인 2011년 니치이코는 26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에이프로젠이 개발하던 GS071은 그해 일본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이듬해 하반기에는 임상 3상을 시작해 2015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당초 지난해 인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본 허가당국도 현지 임상시험을 거친 바이오시밀러 심사가 처음이다보니 허가 절차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레미케이드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시장 규모만 연 2조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은 2014년부터 램시마를 일본에서 판매 중이다.
후발주자인데도 김 대표는 GS071의 성공을 의심치 않는다. 그는 “GS071은 일본 최대 복제약기업이 임상시험을 주도해 일본 내에서는 일본산 바이오시밀러 1호로 알려져 있다”며 “보수적인 일본 의사들에게 다가가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복제약 보급률을 늘리려는 아베 정권의 의료정책도 호재다. 아베 총리는 2020년까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복제의약품을 쓰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약가 책정 과정에서 복제의약품에 보조금을 주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 내 복제약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에이프로젠은 니치이코에 한국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의 판매권을 양도했다. 한국에서 생산해 니치이코에 납품한다. 김 대표는 “판권은 넘겼지만 니치이코가 GS071을 판매해 얻는 수익과 에이프로젠이 니치이코에 GS071을 납품해 얻는 수익이 동등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고 했다.
원가경쟁력이 최대 강점
에이프로젠의 전략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유럽과 미국을 공략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GS071의 임상 3상이 한창이다. 임상이 끝나는 내년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유럽 현지 임상시험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보다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했다.
김 대표는 에이프로젠의 강점으로 원가경쟁력을 꼽는다. 그는 “오랫동안 연구해 얻어낸 세포주 배양 기술이 핵심”이라며 “원가를 5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국내 1위 셀트리온보다 오래된 연구를 통해 얻은 기반에 더해 신약 개발을 하면서 확보한 기술들이 얹어졌다.
에이프로젠은 안정적인 대량생산을 위해 현재 충북 오송에 25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1월 완공 예정이다. 김 대표는 “공장이 완공되고 GS071이 일본시장에 안착하면 레미케이드 이외에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허셉틴, 리툭산 등 8개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김재섭 에이프로젠 대표(54·사진)는 경기 성남에 위치한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난달 27일 일본 후생노동성의 약사심의회를 통과했다”며 “내달 최종 허가를 받고 약가 책정 절차를 거쳐 늦어도 12월에는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프로젠이 개발한 ‘GS071(일본명 NI-071)’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이다. 에이프로젠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세 번째 국내 기업이 됐다.
지난해 6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GS071 판매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넥셀부터 시작된 우여곡절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였던 김 대표는 동료 교수 3명과 2000년 제넥셀을 설립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초파리를 이용한 유전학 분야의 대가답게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신약 개발이 주요 사업 영역이었다.
2005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세인전자를 인수하면서 제넥셀세인이라는 이름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항체 공학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던 에이프로젠을 인수했다.
김 대표는 에이프로젠을 인수하고 나서도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바이오벤처로서는 신약을 개발해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008년에는 의약품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현 에이프로젠제약의 전신인 슈넬생명과학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위기가 닥쳤다. 수익을 내는 게 급선무가 되면서 신약 개발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2009년 제넥셀세인은 한국기술산업에 매각됐다. 이듬해 한국기술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제넥셀이라는 이름은 증시에서 사라졌다.
에이프로젠과 슈넬생명과학은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모회사가 사라지자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 김 대표는 “회사를 살리려고 투자자를 찾아 국내는 물론 해외도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뛰었다”고 했다.
이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게 니치이코였다. 김 대표가 일본에서만 제약사 16곳을 찾아다닌 끝에 만난 파트너였다. 니치이코는 지분 33.4%를 받는 조건으로 에이프로젠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매출 1조6000억원으로 일본 1위 복제약 기업인 니치이코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던 때였다.
니치이코와 함께 2조원 시장 공략
니치이코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에이프로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1년 뒤인 2011년 니치이코는 26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에이프로젠이 개발하던 GS071은 그해 일본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이듬해 하반기에는 임상 3상을 시작해 2015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당초 지난해 인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본 허가당국도 현지 임상시험을 거친 바이오시밀러 심사가 처음이다보니 허가 절차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레미케이드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시장 규모만 연 2조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은 2014년부터 램시마를 일본에서 판매 중이다.
후발주자인데도 김 대표는 GS071의 성공을 의심치 않는다. 그는 “GS071은 일본 최대 복제약기업이 임상시험을 주도해 일본 내에서는 일본산 바이오시밀러 1호로 알려져 있다”며 “보수적인 일본 의사들에게 다가가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복제약 보급률을 늘리려는 아베 정권의 의료정책도 호재다. 아베 총리는 2020년까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복제의약품을 쓰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약가 책정 과정에서 복제의약품에 보조금을 주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 내 복제약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에이프로젠은 니치이코에 한국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의 판매권을 양도했다. 한국에서 생산해 니치이코에 납품한다. 김 대표는 “판권은 넘겼지만 니치이코가 GS071을 판매해 얻는 수익과 에이프로젠이 니치이코에 GS071을 납품해 얻는 수익이 동등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고 했다.
원가경쟁력이 최대 강점
에이프로젠의 전략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유럽과 미국을 공략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GS071의 임상 3상이 한창이다. 임상이 끝나는 내년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유럽 현지 임상시험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보다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했다.
김 대표는 에이프로젠의 강점으로 원가경쟁력을 꼽는다. 그는 “오랫동안 연구해 얻어낸 세포주 배양 기술이 핵심”이라며 “원가를 5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국내 1위 셀트리온보다 오래된 연구를 통해 얻은 기반에 더해 신약 개발을 하면서 확보한 기술들이 얹어졌다.
에이프로젠은 안정적인 대량생산을 위해 현재 충북 오송에 25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1월 완공 예정이다. 김 대표는 “공장이 완공되고 GS071이 일본시장에 안착하면 레미케이드 이외에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허셉틴, 리툭산 등 8개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