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속한 망(網) 임대 사용료 인하 등 알뜰폰 지원대책 시행이 늦어지면서 알뜰폰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통신 3사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알뜰폰 망 임대 사용료 협상은 기약 없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한 알뜰폰 업체는 “서비스 원가나 다름없는 망 임대 사용료를 파악할 수 없어 하반기 사업계획도 못 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통신비 인하 기싸움에 뒷전 밀린 알뜰폰
◆지지부진한 협상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6월 발표한 통신비 절감대책에 알뜰폰 망 임대 사용료 인하 방안을 담았다. 지난해 31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알뜰폰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망 임대 사용료란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쓰고 내는 돈이다. 알뜰폰이 제공하는 4세대(LTE) 통신 서비스의 망 임대 사용료 산정은 수익배분형이다. 가입자로부터 받는 요금 수익을 통신사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컨대 현재 5만~6만5000원 요금제에선 55%(알뜰폰) 대 45%(통신사)로 수익을 배분한다. 5만원 이하 요금제에선 60%(알뜰폰) 대 40%(통신사) 비율이다. 국정기획위는 알뜰폰 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익 비율을 이달에 10%포인트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매년 상반기(4~6월)에 알뜰폰 사업자들과 함께 망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을 벌여 망 임대 사용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망 임대 사용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다음달 1일 도입 예정인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 대책에 올인하고 있어서다. 이에 통신 3사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망 임대 사용료 인하 등 알뜰폰 지원대책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표류하고 있다”며 “인하에 부정적인 SK텔레콤 역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경영 불가피”

알뜰폰 업계는 망 임대 사용료 협상 지연에 대해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 3사와 경쟁하기 위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으려면 서비스 원가인 망 임대 사용료가 정해져야 하는데 협상이 늦어져 깜깜이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알뜰폰 업체 임원은 “서비스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망 임대 사용료 발표가 지연되면서 하반기 사업계획은 물론 적극적인 영업 기회를 잃고 있다”며 “정부가 알뜰폰 업계의 기대만 높여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701만 명으로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11.4%를 차지한다. 상위 5위 사업자 안에는 CJ헬로비전(86만5354명·3월 기준 가입자), SK텔링크(72만6619명), 인스코비(63만1204명), 이지모바일(61만3920명), 유니컴즈(57만4385명) 등이 포함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