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논점과 관점] "성장률은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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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성장률은 일정 기간의 경제 성과(부가가치의 합)를 비교 시점 대비 증감률로 나타낸 것이다. 한 나라(지역)의 경제 상황 전체를 다른 어떤 경제지표보다도 잘 반영한다. 경제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를 하나만 택하라고 할 때, 성장률을 단연 첫 손가락에 꼽는 이유다. 성장률 숫자에는 모든 경제 행위의 결과가 녹아들어 있다. 그런 만큼 성장률 관리를 잘하면 여러 정책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할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낙수 효과가 줄었다지만, 성장이 이어져야 소득과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빨간불 들어온 성장률 관리
한동안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 흐름에 경보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정부 목표인 올해 3% 성장률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심상찮은 징후가 나타난 것은 2분기부터다. 1분기 1.1%에 달한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2분기 0.6%로 추락했다. 1년6개월 만에 분기 성장률이 0%대에서 벗어난 것은 잠시뿐이었다. 제조업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도 2분기 71.6%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66.5%) 후 가장 낮았다. 호조세라던 수출도 반도체와 선박을 뺀 7월 증가율이 2.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하반기 건설투자가 줄어들 조짐이다. 성장률을 떨어뜨릴 요인이다. 거듭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은 성장률 관리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실물경제 부진과 금융 불안이 맞물리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경제적·경제외적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성장률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성장률이 유지되지 않으면 다른 정책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기업 혁신 이끌 성장전략 필요
한국은행은 얼마 전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역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놨다. 2010~2017년 국내총생산(GDP) 변동성을 2000~2007년 변동성으로 나눴더니 OECD 35개국 평균은 0.9배, 한국은 0.5배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경제 성장세가 확대된 일본은 한국의 세 배에 달하는 1.5배였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 비슷한 시기에 거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2001~2005년 4.8~5.2%로 분석됐던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2.8~2.9%로 하락했다. 부작용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떨어진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의 역동성 저하와 잠재성장률 추락은 2000년대 들어 기업가 정신이 움츠러들고 기업들의 혁신 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성장잠재력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해법은 이곳에서 찾아야 한다.
새 정부가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의 혁신 역량을 키우고, 장기적 성장을 꾀해야 할 방안을 속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신 역량을 높이지 않고 분배만 개선해서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비판이 진보 경제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성장률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빨간불 들어온 성장률 관리
한동안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 흐름에 경보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정부 목표인 올해 3% 성장률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심상찮은 징후가 나타난 것은 2분기부터다. 1분기 1.1%에 달한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2분기 0.6%로 추락했다. 1년6개월 만에 분기 성장률이 0%대에서 벗어난 것은 잠시뿐이었다. 제조업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도 2분기 71.6%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66.5%) 후 가장 낮았다. 호조세라던 수출도 반도체와 선박을 뺀 7월 증가율이 2.8%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하반기 건설투자가 줄어들 조짐이다. 성장률을 떨어뜨릴 요인이다. 거듭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은 성장률 관리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실물경제 부진과 금융 불안이 맞물리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분배와 성장을 함께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경제적·경제외적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성장률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성장률이 유지되지 않으면 다른 정책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기업 혁신 이끌 성장전략 필요
한국은행은 얼마 전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역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놨다. 2010~2017년 국내총생산(GDP) 변동성을 2000~2007년 변동성으로 나눴더니 OECD 35개국 평균은 0.9배, 한국은 0.5배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경제 성장세가 확대된 일본은 한국의 세 배에 달하는 1.5배였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 비슷한 시기에 거의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2001~2005년 4.8~5.2%로 분석됐던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2.8~2.9%로 하락했다. 부작용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떨어진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의 역동성 저하와 잠재성장률 추락은 2000년대 들어 기업가 정신이 움츠러들고 기업들의 혁신 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성장잠재력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해법은 이곳에서 찾아야 한다.
새 정부가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의 혁신 역량을 키우고, 장기적 성장을 꾀해야 할 방안을 속히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신 역량을 높이지 않고 분배만 개선해서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비판이 진보 경제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성장률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