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가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대비 1.0% 성장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연율로 환산하면 연 4.0%의 성장이다. 일본의 전문 경제연구소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한 ‘깜짝 성장’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선 해석이 엇갈린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이 소식에 환호하지만 보수적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크게 취급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대대적 성공이라는 해석과 ‘근거 없는 기대’만 낳는다는 혹평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과 일시적일 것이라는 견해의 대립도 있다. 과연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본의 15개 경제연구소는 올해 2분기(4월~6월) 성장률을 대부분 0.3~0.5%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희망적인 수치를 내놓은 닛세이기초연구소도 0.9%, 연율로 3.6%의 전망치였다. 이들 연구소는 1분기 경제성장률 0.3%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정부의 발표는 이 수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비록 속보치라고 하지만 15개 경제연구소 모두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연구소들은 일본 내각부가 속보치를 발표하자 곧바로 수정 전망치를 내는 등 한바탕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속보치는 전문가들도 몰랐던 일본 경제의 이면을 드러냈다.

2분기 깜짝 성장의 주역은 내수였다. 그중에서도 민간소비의 증가였다. 이날 내각부가 발표한 일본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9%나 됐다. 2014년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8%로 인상하기에 앞서 1분기에 기록한 2.2%를 제외하면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소비 증가세다. 그동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 소비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성장의 주체는

소비가 늘어난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름철 더운 날씨로 청량음료와 에어컨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는 분석도 있고, 중고 세탁기와 백색가전을 대체하는 수요가 많았다는 설명도 있다. 일본전기공업회 조사에서 지난 6월 백색가전의 국내 출하액은 2750억엔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6월 기준 가장 높은 출하액이다. 미용가전이나 전자레인지 판매도 호조였다고 한다. 최근 신차종이 많이 나와 자동차가 많이 팔렸다는 분석도 있다.

정작 소비주체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1800조엔이나 되는 일본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소유한 일본 노년층의 지갑이 열렸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 및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여기에 투자한 노년 세대의 수익이 늘어 씀씀이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와 설득력은 약한 편이다.

오히려 완전고용 단계에 와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씀씀이가 소비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와닿는다. 일본의 고용은 실업률이 6월 기준 2.8%에 달할 만큼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젊은 층에서 실업자가 별로 없는 게 특히 주목된다. 이들 젊은 층이 소비를 늘리고 있다. 총무성 가계조사에서 소득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이 대단히 높게 나오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득 증가에 따라 소비 지출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임금문제의 비합리성을 지적한다. 고용은 늘어나지만 임금은 그다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임금이 올라 소비가 늘어나는 정상적인 과정을 밟고 있는데 의문을 가진다.

일본의 재정 확장도 한몫

일본 정부의 공공투자도 성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번 분기에서 증가세는 5.1%나 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4조5000억엔(약 49조원) 규모의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게 보탬이 됐다. 당시 이 예산을 인프라 투자나 중소기업 대출 등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공공투자는 이처럼 학교 내진설계나 지방 공공시설 확충 등 인프라 투자에 쓰였다. 이런 공공투자는 민간투자에도 힘을 불어넣어 2분기 기업의 민간 설비투자를 1분기 대비 2.4% 성장시켰다. 물론 산업 생산도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투자가 일어나고 생산이 증가해 고용이 창출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맞고 있다. 여기에 물가까지 오르면 완전경제의 선순환 사이클로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일본 물가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전체 물가를 내리게 하는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생산성 혁신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임금이 오르지 않아 물가가 상승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이번 소비 증가에 힘입어 일본 물가가 오를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물가는 언제 오르나

일본 경제연구소들은 2분기 속보치 발표 이후 올해 성장 전망치가 최소 1.8%에서 최대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치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이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로 접어들고 엔화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GDP 속보치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지난해 풀었던 정부의 공공투자 지출이 이번 분기에 힘을 발휘한 것으로, 3분기 이후엔 2분기 고성장의 반동으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행지표인 기계 수주가 줄고 있어 설비투자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성장 지속 가능한가

관건은 역시 소비와 물가다.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면 물가도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가 그렇게 줄어들 기미가 없다. 8월의 일본 연휴 기간 아시아로 출발하는 여객기가 전년 동기 대비 7%나 늘었다는 소식도 있다. 일부에선 2012년 12월부터 시작한 경기회복이 올해 9월까지 지속되면 1965년 11월에서 1970년 7월까지 전후 최장기 연속 성장을 기록한 ‘이자나기 경기’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 경제 성장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출 증가나 실업률 감소 등에 머물던 일본 경제가 고용 증가와 맞물려 이제 소비까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케다 요코 미쓰비시(三菱)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인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은 고용 환경 개선보다 소비자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 소비와 설비투자가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해 현시점에선 추가적인 경제 대책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