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력이 뒷받침되는 굳건한 평화를 위해 우리 군을 더 믿음직스럽게 혁신하고 강한 방위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과 그에 따른 자주국방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군 사기를 높이는 일이 절실하다. 군의 사기 고양은 튼튼한 안보의 전제조건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과 같은 위대한 승리는 지휘관의 뛰어난 전략·전술과 함께 사기충천한 병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 군의 사기가 예전 같지 않다. 평생을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살아온 지휘관들이 사회적 지탄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군 전체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4성 장군의 ‘공관병 갑질 논란’을 연예인 스캔들 다루듯 몰아붙인 게 단적인 예다. 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 임명에는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의 불법을 ‘과거 관행’이라며 대부분 넘어간 것과 대비된다. 일선 군부대에서는 전투력 유지보다도 ‘사병 인권’이 더 우선적인 과제가 됐다. 지휘관들이 본연의 국방업무에 주력하지 못하고 보신(保身)을 신경 쓰는 상황이 됐다면 심각한 일이다.

이래선 강군을 만들 수 없다. 군 복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함께 병사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추가돼야 한다. 미국의 약 2300개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군 복무기간 대학 학점 인정, 학비나 사회 진출의 종잣돈으로 활용할 수 있을 수준의 병사 월급 인상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군이 흔들린다면 그보다 더 큰 안보 리스크는 없다. 유사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최강·최정예 군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